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라과이라 해변에서 지진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임시 그늘막 아래서 뜨거운 햇볕을 피하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라과이라 해변에서 지진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임시 그늘막 아래서 뜨거운 햇볕을 피하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강진으로 3800명이 넘는 사람이 숨졌고, 수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휴양객으로 붐비던 카리브 해변은 이재민들의 임시 피난처가 됐습니다. 이들은 식수와 위생시설 부족, 폭염과 질병의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강진 사망자가 3811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부상자는 1만6740명, 이재민은 1만7907명에 달합니다.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지진 복구를 돕기 위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국제 제재를 해제해 달라고 거듭 촉구하면서, 동결 계좌가 풀리면 재건 비용을 조달하는 데 도움이 될 해외 자산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국영 TV 채널 VTV에서 "베네수엘라는 이 재건 과정에 대응하는 데 쓸 수 있는 재원이 전 세계에 동결돼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고용 및 교육 프로그램에도 자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그는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에 보관된 베네수엘라 소유 금의 반환을 요청하는 서한을 찰스 3세 국왕에게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도 자금 해제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잉글랜드은행은 금고에 보관된 베네수엘라 금 31t의 반환을 거부해 왔으며, 이에 따라 영국 법원에서 장기간 법정 다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최근 20년간 베네수엘라 정부가 반민주적 활동을 벌였다는 의혹, 베네수엘라가 마약 밀매의 온상이라는 의혹을 이유로 베네수엘라에 제재를 부과하고 단계적으로 강화해왔지요. 이런 제재 중 상당수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은 올해 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생포해 미국으로 압송한 후에 베네수엘라의 석유산업 부문 제재를 완화했습니다. 또 강진 발생 후 지진 구호와 관련된 거래를 4개월 동안 허용키로 결정했습니다.

유엔은 베네수엘라에 2억9600만달러(약 4500억원)의 자금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톰 플레처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8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재난 관련 회의에서 "기부국들이 이미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들에게 깊은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면서 "3억달러가 이미 모금돼 있지만 여전히 자금이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6개월간 사회 경제적 지원이 시급한 130만명에게 (구호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2억9600만달러가 필요하다. 이는 기한이 정해진 긴급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재민들은 87곳에 이르는 캠프에 수용돼 있지만, 식수 확보와 위생 분야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라과이라주 이재민들은 샤워와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변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관광객이 찾던 카리브해 해변 곳곳이 오물로 더럽혀지고 있습니다. 특히 30도를 넘나드는 더위와 높은 습도, 계절성 폭우, 비위생적인 환경 탓에 전염병 위험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노르웨이난민위원회의 라틴아메리카 지역 책임자인 베아트리스 오초아는 "이재민들이 높은 기온 속에서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는 밀집된 환경에 노출돼 있다"며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한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베네수엘라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진 피해 주민들을 위한 자선 공연에 나섭니다. 두다멜 뉴욕필하모닉 상임지휘자는 최근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오는 8월 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볼에서 LA필하모닉과 함께 자선 음악회 '베네수엘라를 위한 콘서트'를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두다멜은 베네수엘라 산동네 출신의 세계적인 마에스트로입니다. 28세의 나이로 LA필 음악감독으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으며 이후 LA필을 세계 정상급 악단으로 성장시켰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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