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광주 군공항 부지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대상지로 지정하면서, 광주 대형 개발사업의 사업성이 재평가를 받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시공사 모집이 어려울 정도였던 사업장들이 반도체 클러스터 후광을 등에 업고 흥행 기대를 키우고 있어서다.
다만 광주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한 만큼 반도체 클러스터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진 않을 것이란 신중론도 제기된다.
9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부동산디벨로퍼 신영과 중견 건설사인 우미건설은 오는 9월 광주 '챔피언스시티'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챔피언스시티는 광주 북구 임동 옛 전방·일신방직 부지 약 29만8000㎡를 개발해 4315가구 아파트와 더현대 광주, 특급호텔, 업무·상업·문화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4조원에 이르며 광주 최초의 디벨로퍼형 복합개발 사업이라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챔피언스시티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사업성 우려가 컸던 곳이다. 지난해 말 포스코이앤씨와 대우건설이 시공사 지위를 반납하면서 사업 진행이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광주 분양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4000가구가 넘는 일반분양 물량이 수요자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광주가 반도체 클러스터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시장 전망이 바뀌고 있다. 정부는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 일대에 약 800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기업 투자와 배후 고용 창출이 현실화 되면서 챔피언스시티의 분양 여건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챔피언스시티 수요자 범위 역시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는 광주·전남 지역 실수요자가 분양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본격화하면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단위 수요까지 유입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밖에 비규제 지역인 광주의 투자 매력이 함께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영 관계자는 "광주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지역 개발에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며 "이런 기대감에 안주하지 않고 챔피언스시티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클러스터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광주 부동산 시장은 다른 지역과 달리 지속적으로 침체를 겪어왔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광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5월 0.61% 하락해 전국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준공된 '상무 센트럴 자이'에서도 일부 악성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다. 또 국가산단 지정과 실제 공장 착공 사이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있다는 점도 여전히 변수다. 국토교통부의 미분양 현황 자료에 따르면 5월말 기준 광주의 준공 후 미분양은 1259가구다.
광주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임기 안에 반도체 클러스터 공장을 가동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반도체 산업은 변수가 많아 수년 이상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반도체 클러스터는 분명 장기적인 호재지만,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를 바라는 건 섣부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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