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농축수산물 두자릿수 인상
1년새 조기 16.9%·쌀 15.1% ↑
비료 등 원자재 가격 급등 영향
생산비 폭등하며 농가도 적자 시름
억 소리 나는 밥상물가에 서민 한숨이 커졌고, 곡소리 나는 산지 가격에 농가의 시름이 짙어지고 있다.
고환율과 고유가가 대한민국 서민 장바구니와 농가를 동시에 강타하면서,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움츠러드는 '두 얼굴의 고물가' 늪에 빠졌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119.99)는 전년 동월보다 3.2% 올랐다. 2023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도 3.4% 올랐다.
특히 상반기에 주요 농축수산물과 먹거리 가격이 두 자릿수 이상 상승했다. 주식인 쌀을 비롯해 명절 대표 생선인 조기, 대표 구황 작물인 감자 등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급등하면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키웠다.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동향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조기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6.9%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기준으로 이달 현재 수입 냉동 조기(부세) 평균 가격은 한 마리당 4850원이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4800원 선을 넘었다.
올해 2월 발발한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폭등하면서 어선들이 출어 횟수를 줄이거나 조업을 포기해 국내산 참조기 공급량이 급감했다. 아울러 국내 공급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대량 수입하던 중국산 조기와 아프리카산 조기 등 수입 조기류도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았다.
같은 기간 쌀(15.1%), 인삼(14.6%), 감자(10.5%) 등 토종 농산물 가격도 크게 올랐다. 농가에서 사용하는 화학비료의 핵심 원료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데,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원자재 수입 단가가 뛰었다. 이는 국내 비료 제조업체들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키웠다.
고유가로 하우스 온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난방용 등유 가격이 오른 데다 차광막과 지주대 등 농자재의 주원료인 플라스틱 가격이 상승한 것도 농가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가공식품과 장류 제품군도 오름세를 보였다. 북어채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1% 올랐고, 이어 고추장(12.1%), 젓갈(10.5%), 단무지(10.4%) 등의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된장(8.8%)과 간장(8.4%)도 각각 8%대 상승했다.
고환율로 원자재 단가가 오른 상황에서 고유가에 따른 제조 공정의 열에너지 비용과 플라스틱 용기 제작비 부담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기간 기상 호조로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 출하가 집중됐던 일부 농산물은 가격이 폭락했다. 당근(-37.8%), 양배추(-35.0%), 무(-33.7%) 등이 대표적이다. 생산량이 늘면서 도매가는 크게 떨어졌는데 비룟값과 기름값, 인건비는 대폭 올라 농가가 생산비 폭등을 떠안는 상황이 됐다. 이에 농민들은 지난 7일 서울 광화문에서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기조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임상민 사단법인 한국물가협회 생활물가 팀장은 "상반기 물가는 수산·축산·가공식품 등 먹거리 전반의 비용 압박이 누적되며 상승세를 보였다"며 "상반기 내내 누적된 고환율 비용 압박이 하반기로 전이되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일부 안정되더라도 당분간 소비자가 체감할 정도로 가격 하향 조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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