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구하기 위해 온동네 중개업소를 찾아다니고 있지만 물건 있다는 곳이 없네요."
전월세 물건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어쩌다 겨우 원하는 곳을 찾으면 가격이 안 맞는다. 매매가격 못지 않게 오르는 치솟는 전셋값과 월세 부담에 세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긋지긋한 전월세난은 대체 언제까지 계속될까.
◇ 매매가 뛰어넘은 전셋값 상승률
올해 들어 서울 출퇴근이 편한 수도권 지역의 전셋값은 이미 매매가 상승률을 추월했다. 서울도 전셋값 상승률이 매맷값과 동일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올해 누적(1월 1일~7월 6일 기준) 전셋값 상승률은 5.42%로 매매가격 상승률(5.42%)과 같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경우 전셋값 상승률이 3.66%로 매매가격 상승률(3.10%)를 넘어섰으며, 인천도 전셋값이 2.46% 오르며 매매가 상승률(0.50%)을 크게 웃돌고 있다.
전셋값 상승 속도가 가팔라진 건 정부의 수요억제책 이후, 실수요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된 영향이 크다. 앞서 정부는 서울 전역 및 경기 15곳을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불가능해지면서 매수자들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6개월 안에 전입 신고를 마쳐야 한다. 아울러 지난 5월 10일부터 부활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영향으로 세를 놓던 다주택자들은 발빠르게 주택을 처분했다.
정부 의도대로 투기없는 실거주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전세 품귀라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날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 물건은 2만678건으로 전년(2만5455건) 대비 18.8% 줄었다. 경기도 전세 물건은 전년(2만4529건)보다 49.35% 줄어든 1만2440건에 그쳤다. 일부 전세 물건이 월세로 전환된 영향도 있지만 월세 또한 급감했다. 서울의 월세 물건은 1만7237건으로 전년(1만9751건)보다 12.8% 감소한 1만7237건으로 집계됐으며, 경기도는 전년(1만7496건)보다 53.6% 줄어든 8126건에 불과했다. 전세 물건 품귀가 이어지면서 가격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지난 5월 기준 6억1372만원으로 집계됐다. 올 2월까지는 6억원 이하에 머물렀으나 3월 6억원대에 재진입하면서 202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했다. 전세 대출이 축소되고 세 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월세 가격도 급증했다. 올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6만6000원으로 지난해 5월(141만원)과 비교해 11%가량 올랐다.
체감상 월세 부담은 더욱 큰 상황이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월계동 '월계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4.99㎡는 올 1월 보증금 1억, 월세 200만원(13층)에 신규 세입자를 받았는데, 지난 4월 동일 보증금, 월세 270만원에 신규 계약이 체결됐다. 약 3개월새 70만원이나 오른 셈이다.
동대문구 전농동 '동대문롯데캐슬노블레스' 전용 84.98㎡도 지난달 보증금 1억, 월세 310만원에 신규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10월 동일평형 물건이 같은 보증금, 월세 260만원에 계약한 점을 고려하면 반년 조금 넘는 동안 50만원이 상승한 것이다.
◇ 세입자 눌러앉거나 비아파트로
늘어난 주거비 부담에 무리해서 이사하기 보단 기존 주택에 머무르는 세입자들이 늘어나면서 갱신계약 비중도 점차 늘고 있다.
이날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1월 1일~6월 30일) 서울의 전체 전월세 계약 11만5294건 중 갱신계약은 5만2059건으로 전체의 약 45.2%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6.5%)과 비교하면 8.7%포인트(p) 증가한 것이다. 갱신계약과 신규 계약 간 보증금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강북구 미아동 '삼성래미안트리베라2단지'의 전용 84.15㎡는 지난달 29일 7억2000만원에 신규 세입자를 받으며 최고 보증금을 기록했다.
반면 올해 3월에 갱신된 계약의 경우 보증금이 4억6200만원 수준으로, 약 2억5000만원 이상 차이가 있었다.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서울대입구' 전용 84.92㎡도 지난 5월 9억5000만원에 최고 보증금을 기록했다. 지난달 체결된 갱신계약(8억7000만원)과는 8000만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아파트 대신 빌라로 이동하는 수요도 증가하면서 비아파트도 전월세 가격도 상승세다. 비아파트는 한동안 전세사기 영향으로 수요가 많지 않았는데 아파트 전월세 가격이 치솟으면서 대체재인 빌라로 이동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토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의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25만9853건으로 전년 동기(24만4369건)보다 6.3% 늘었다.
수도권 또한 같은 기간 44만2024건에서 47만8908건으로 8.3% 증가했다. 올해 5월 연립·다세대의 평균 전세보증금은 2억3606만원으로 2023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평균 월세는 65만9000원으로 지난해 4월부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 추가 세제개편에 하반기 전월세난 더 심화
문제는 올 하반기 전월세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란 점이다.
신규 주택 공급은 부족한데 추가 세제 개편 등으로 일부 전월세 물건이 매매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여기에 정부가 하반기 전세대출 보증 축소 및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등으로 전세 대출 한도를 조일 경우 보증부 월세로의 전환, 비아파트 임대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르고 그에 따른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 대출을 많이 해준 것이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며 그게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여전히 월세는 주거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수요자들은 전세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입주 물량은 더 줄고 경기 규제 지역이 확대된 점도 임대 물건 감소를 유도할 수 있다"며 "조만간 세제 개편안이 나오면 임대 물량이 매매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전세난은 심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신규 입주물량도 부족하고, 임대차법 이후로 전월세 물건의 순환 주기도 길어진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실거주 의무까지 강화됐기 때문에 시장에 물건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비아파트 공급마저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당분간 물량 부족과 그에 따른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안다솜 기자 cott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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