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데이터 등 변화를 거듭해 온 정태영(사진) 현대카드 부회장의 실험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함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단순 기술 검증을 넘어 실제 해외법인간 도입이 가능한 수준으로 준비를 마쳤다. 은행 송금 방식과 비교해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였고, 안정성도 갖췄다는 평가다.
현대카드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현대자동차 미국 및 멕시코 법인 간 송금을 진행하는 내용의 타당성 검증(PoC·Proof of Concept)를 완료하고, 이어 현대자동차 유럽 법인 간 PoC를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PoC는 일부 정보기술(IT) 및 핀테크 기업 중심으로 실험적으로 사용해 온 스테이블코인을 국내 대표적인 기업인 현대자동차의 해외법인간 청구에 대한 실제 송금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정 부회장의 실험 정신이 계속되고 있다. 정 부회장은 2016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현대카드를 '카드사'에서 '디지털 IT 기업'으로 변신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금융사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변화를 거듭해 왔다.
그 결과 2024년 11월 금융업계 최초로 독자 개발한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초개인화 AI 플랫폼 '유니버스'를 일본 빅3 신용카드사인 SMCC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데이터 사이언스 역량과 기술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올해 들어서는 'AI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팀장급 이상 리더를 대상으로 거대언어모델(LLM) 교육을 시행하며 화제를 모았다.
스테이블코인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현대카드는 최근 글로벌 140여개 기업이 함께하는 새로운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오픈USD(OUSD)' 파트너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을 실제 송금에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 이번 PoC는 단순 기술 검증 수준을 넘어 국제 비즈니스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정산 과정의 실제 송금으로 이뤄졌다. 송금의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종합적인 인프라 설계도 선행됐다.
현대카드는 해외법인간 스테이블코인 송금을 위해 현대자동차와 함께 해외법인의 회계·세무·법무·내부통제 등 법규 및 규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송금 구조와 방식, 역할 등 프로세스를 설계하며 PoC를 주도했다.
1차 PoC는 현대자동차미국법인(HMA)에서 2만달러를 스테이블코인(USDT)으로 전환해 현대자동차멕시코법인(HMM)에 송금하고 이를 다시 달러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송금을 비롯한 전 과정에 평균 7분이 소요됐으며, 전통적인 은행 간 송금 방식(3~4시간 이상 소요)과 비교해 속도를 크게 줄였다.
이달 말부터 진행될 2차 PoC는 유럽 내 현대자동차 해외법인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달러 이외의 현지 통화에 기반한 실제 송금으로 진행되며, 환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 효율성까지 확인하는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블록체인상 스테이블코인 송금이 주는 경제적 효익을 검증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이번 PoC는 단순 기술 검증을 넘어 실제 도입이 가능한 수준으로 준비를 마쳤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며 "향후 국제 송금 및 결제 인프라를 비롯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를 모색하고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정서 기자 emoti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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