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엇 라이선스 양도… 젤렌스키 ‘무기 부족’에 화답

“러 본토 타격은 종전 신호”… 우크라 공세에 긍정 평가

“모스크바엔 우리 드론 가득”… 정상 간 뼈 있는 농담

초반 격돌 흔적 지웠다… 미 언론 “우크라 친화적 선회”

나토정상회의서 만난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나토정상회의서 만난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대공 방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패트리엇 미사일의 현지 생산 라이선스를 허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튀르키예 앙카라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 같은 구상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오늘 우리가 논의할 것 중 하나는, 우리가 그들(우크라이나)에게 패트리엇을 만들 권한(license)을 제공하고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줄 것이라는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어 “그렇게 하면 당신은 우리가 충분히 (대공방어 무기 등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아직 제조사 측에 정식 통보하지는 않았으나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은, 라이선스 취득 후 우크라이나가 “꽤 빨리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결정은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산 패트리엇 미사일 공급 부족을 지적하며 자국 내 직접 생산을 위한 라이선스 확보를 나토 회원국들에 요청한 것에 대한 즉각적인 화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의 군사 기지와 정유소를 드론으로 타격하며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고 있는 모습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이를 두고 “이는 전쟁 격화이지만 전쟁 종식을 이끄는데 도움이 되는 격화이기도 하다”라고 진단했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놀라운 일을 해냈다.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치켜세우며 “이제 그는 최고의 장비를 갖추게 됐는데 우리 장비를 지원받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동석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역시 최근 몇 달간 러시아가 자국 영공 방어에 더 큰 난항을 겪는 등 전쟁의 역학 관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장의 주도권을 잃고 있음을 강조하며, “우리는 이 전쟁을 전장에서 하늘로 옮기려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전장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이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향후 종전 협상 장소를 둘러싼 두 정상 간의 가벼운 대화도 오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스크바 방문이 가능하냐’고 묻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어렵다. 거기엔 많은 우크라이나 드론이 있다”고 재치 있게 받아쳤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 일화를 소개하며 “푸틴에게 ‘(젤렌스키를) 어디서 만나고 싶냐’고 물었는데 푸틴은 ‘가급적 모스크바’라고 답했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두 정상이 조만간 만나 긍정적인 결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출하는 동시에, 취재진에게 “오늘 푸틴과 통화할 예정이니 대신 물어볼 질문이 있으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만남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 변화에 주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직후였던 작년 초 양국 정상이 보여준 격렬한 대립 양상과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고 짚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종식시키는 과정에서 이전보다 훨씬 우크라이나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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