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반도체부터 다양한 가전 신제품, 전자 산업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들을 수첩에 옮기듯 기록하는 코너입니다.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 궁금했던 신제품의 후기나, 기술·산업의 뒷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전자제품 매장을 둘러보다 보면 이전과 달라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몇 년 전만 해도 프리미엄 제품군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가격대가 이제는 주요 제품군 전반으로 올라선 느낌이다. 노트북과 태블릿은 물론이고, 냉장고·TV·스마트폰 같은 일상 속 전자제품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제품 가격 상승의 원인을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환율, 인건비, 물류비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최근 전자업계가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변수가 있다. 바로 제품 속에 들어가는 ‘칩’ 가격이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고, 그 여파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과거 반도체 가격 변화가 주로 서버 업체나 반도체 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줬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구매하는 완제품 가격표까지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이다. 애플은 최근 맥과 아이패드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맥 제품 가격은 약 15~20%, 아이패드는 15~25%가량 올랐다. 보급형 맥북 에어 가격은 기존 1099달러에서 1299달러로, 맥북 프로 기본 모델은 1699달러에서 1999달러로 조정됐다.

애플이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 꼽은 것은 메모리와 저장장치 가격 상승이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부품 비용 부담을 더 이상 자체적으로 흡수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역시 최근 부품 가격 상승에 따른 가격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며 “40년 넘게 업계에 있었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국내 전자업계 역시 비슷한 부담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모바일용 메모리 가격이 지난해 연간 평균 대비 약 10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서는 모바일용 메모리 매입액이 1조9930억원으로, 카메라 모듈 매입액을 넘어섰다.

과거 스마트폰 원가에서 카메라와 디스플레이가 중요한 부품으로 꼽혔다면, 이제는 메모리 반도체 역시 핵심 비용 요소로 떠오른 셈이다.

LG전자도 TV 등 영상기기 사업에서 반도체 가격 상승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 1분기 영상기기 부품용 반도체 평균 가격은 지난해 대비 33.1% 상승했고, 관련 매입액도 전년보다 늘었다. 가전과 냉난방공조(HVAC) 제품에 사용되는 구리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원재료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커넥트웨이브 다나와의 6월 실거래가 동향을 보면 생활가전 평균 구매 단가는 전월 대비 25% 상승했다. 영상음향 제품은 23%, 태블릿·휴대폰은 13% 올랐다. 냉장고 평균 실거래가는 108만원을 넘어섰고, 김치냉장고 역시 120만원에 육박했다.

AI 서버를 중심으로 시작된 반도체 수요 경쟁은 메모리 가격을 끌어올렸고, 이는 다시 스마트폰과 노트북, 생활가전 가격 구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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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기자(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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