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M·자율실험실 결합해 소재 개발 방식 전환
소재 개발, AI 활용 효과 가장 큰 분야
반도체·에너지 등 첨단 산업 경쟁력 좌우
"미래 과학 연구는 사람이 모든 실험을 직접 수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이 설계하고 로봇이 실행하는 시대로 전환될 것입니다."
주 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교수는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나노코리아 2026' 기조연설에서 "AI는 단순히 기존 지식을 검색하는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연구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자율실험실이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발견하는 핵심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과학적 문제는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지고 있다"며 "수많은 소재 조합과 실험 조건을 사람이 모두 검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후보 물질을 제안하고, 로봇은 이를 실제 실험으로 검증할 수 있다"며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과학 연구의 속도와 효율은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교수가 제시한 미래 연구 방식의 핵심은 '자율실험실'이다. 자율실험실은 AI가 연구 목표에 맞춰 실험 방법을 설계하고, 로봇이 실험을 수행한 뒤 결과 데이터를 다시 AI 모델에 학습시키는 순환 구조다. 기존 연구 방식에서는 연구자가 직접 가설을 세우고 실험 조건을 조정하며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자율실험실에서는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능성이 높은 실험 방향을 제안하고, 로봇이 사람이 수행하기 어려운 반복 실험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주 교수는 "과거 연구자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반복하며 답을 찾아갔다"며 "앞으로는 AI가 수많은 가능성을 탐색하고, 연구자는 그 결과를 해석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단순히 실험을 자동화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AI가 실험 결과를 이해하고 다음 연구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지능형 연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과학 연구에서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새로운 발견을 만들어내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AI는 인간 연구자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연구자의 능력을 확장하는 기술"이라며 "사람과 AI, 로봇이 협력하는 새로운 연구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 교수는 반도체와 에너지 소재 분야에서 AI 기반 연구 혁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은 더 높은 성능을 가진 새로운 소재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새로운 소재를 얼마나 빠르게 발견하고 실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좋은 소재를 찾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이를 안정적으로 제조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AI와 데이터, 자동화된 실험 시스템이 결합된 연구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소재 개발 분야는 AI 활용 효과가 큰 영역으로 꼽힌다.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원자 수준의 구조와 물성 간 관계를 분석하고, 수많은 후보군을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 방식으로는 모든 가능성을 실험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주 교수는 "소재 연구에서는 가능한 조합이 매우 많기 때문에 사람이 모든 경우의 수를 직접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AI는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찾아내고 연구자가 더 효율적으로 실험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에서는 소재 혁신이 곧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며 "더 작고 강력한 반도체,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소재를 빠르게 찾아내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AI 시대 연구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데이터 확보도 꼽았다. 그는 "AI 모델의 성능은 결국 데이터의 품질에 달려 있다"며 "실험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활용하는 것이 앞으로 과학 연구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좋은 AI 모델은 좋은 데이터에서 나온다"며 "연구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느냐가 앞으로 과학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노 기술은 반도체와 에너지, 바이오 등 미래 산업의 기반 기술"이라며 "AI와 결합한 나노 기술 혁신이 새로운 산업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조강연에 함께 나선 박상엽 LG CNS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피지컬 AI 기반 산업 혁신 및 디지털 전환'을 주제로 AI와 로봇이 결합하는 미래 산업 변화를 소개했다.
박 CTO는 "언젠가는 로봇이 우리 옆에서 일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지금이 어느 시점이고, 이를 위해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로봇 활용이 연구·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집중돼 있지만 향후 제조·자동차·물류 현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CTO는 "피지컬 AI 시대에는 로봇을 도입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을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며 "목적에 맞는 로봇과 데이터를 확보하고 운영 체계를 갖추는 것이 산업 적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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