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갑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소상공인정책연구소장

바야흐로 플랫폼 전성시대다.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와 언론 자료를 종합해 보면 쇼핑플랫폼은 ‘쿠팡’과 ‘네이버쇼핑’의 점유율이 50% 이상이고, 배달시장은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80~90%에 육박한다. 숙박과 택시 호출 시장 역시 상위 1~2개 기업의 점유율이 80%를 상회한다.

다양한 업종의 마케팅 플랫폼이 독과점화되면서 이들 플랫폼 사들의 매출도 매년 성장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 카카오의 지난해 매출 규모는 사상 최초 로 8조원을 넘어섰다. 소비트렌드를 감안할 때 이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들 플랫폼 시장의 성장에 기여했고 앞으로도 플랫폼 사들과 적극 협력해야 할 입점 소상공인들의 대부분은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하소연들이다. 실제 배달앱에서 2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판 소상공인이 이러저러한 각종 비용을 떼고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1만1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매출액의 40~50%가 중개 수수료와 광고비, 배달료 등으로 증발해 버린다.

이러한 고비용 구조는 대형 플랫폼 사와의 관계에서 대등하지 못한 소상공인들의 협상력 차이에 기인한다. 떡볶이나 피자 전문점을 운영하는 점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본사가 정한 필수 물품들과 부자재 가격이 시중가보다 터무니없이 비싸도 소상공인들은 당장의 계약 해지 통보가 더 무서워 생계가 끊길 수 있음을 각오하지 않는 한, 거대 플랫폼사들의 제시 조건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독과점 플랫폼 생태계에서의 ‘갑을 관계’ 고착화는 우리 경제에 막대한 비효율을 낳는다. 지배력을 가진 독과점 플랫폼이 폭리를 취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소상공인들의 마진 축소나 소비자 가격 인상(이중가격제 등)으로 전가된다. 결국 소상공인들이 정당한 이윤을 남기지 못하면 그 여파는 또 다음 단계로 전이되어 지역 내 고용이 위축되고 나아가 민생 소비까지도 둔화된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 전체의 부는 거대 독과점 플랫폼들의 금고로 집중되고 양극화만 심해지는 매우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비효율의 고리를 끊어낼 시장친화적이고 확실한 해법은 소상공인들에게 합법적인 ‘단체협상권’(집단교섭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경제적 약자들이 정당하게 뭉쳐 대등한 목소리를 낼 때, 비로소 시장의 왜곡된 가격 결정 기능은 정상화될 수 있다. 이미 선진경제 국가들은 소상공인들의 단체협상권을 ‘담합’이 아닌 ‘정당한 방어권’이자 시장 정상화의 도구로 인정하고 있다.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2021년부터 소상공인들이 대기업과 거래 조건을 협상할 때 간단한 신고만으로 담합 규제를 일괄 면제해 주는 제도를 도입해 안착시켰다. 스페인 역시 자영업자기본법(LETA)을 통해 단일 대기업이나 플랫폼에 매출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소상공인들에게 단체교섭권을 공식적으로 부여해 오고 있다.

다행히 우리도 지난해 말 가맹사업법이 개정됨으로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공식 단체를 구성해 본사에 협의를 요청하면 응해야 하는 법적 기반이 마련되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는 그 권리를 배달 앱 입점 업체나 일반 소상공인에게까지 더 넓고 촘촘하게 확대해 나가야 한다. 공정거래법 제118조에 규정한 소상공인 조합의 행위를 보다 폭넓게 구체화하고, 법 적용 제외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큰 무리 없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특정 소수에 의해 시장이 왜곡되지 않고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라 누구나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런 시장이 있어야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이 재화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매우 중요한 틀이다.

소상공인의 단체협상권 법령화는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특혜가 아니다. 오히려 거대 권력의 횡포로 무너진 시장의 균형을 복원하고, 독과점으로 인한 사회적 비효율을 치료하는 시장친화적인 해결책이다. 790만 소상공인들이 당당한 경제 주체로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대한민국 경제의 모세혈관들은 비로소 전국 곳곳에서 건강한 온기를 퍼뜨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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