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는 음식들
선재 지음 / 나무의마음 펴냄
우리는 건강을 잃고 나서야 음식의 가치를 깨닫는다. 평소에는 끼니를 때우는 수단으로 여겼던 음식이 병상에 눕는 순간 가장 절실한 치료제가 되는 것이다. 책은 이를 깊은 삶의 철학으로 풀어낸다. 무엇을 먹느냐는 결국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문제라는 메시지가 책 전체를 관통한다.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 명장 1호’다. 그의 음식은 맛을 뽐내기보다 사람을 살리는 데 목적이 있다. 실제로 선재 스님은 마흔 살 무렵 간경화 말기 진단을 받고 ‘잘 살아야 1년’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절망 앞에서 스님이 선택한 것은 새로운 약도, 특별한 치료법도 아니었다. 불교 경전에 담긴 음식의 지혜를 다시 펼쳐 들고, 직접 담근 된장과 간장, 김치 같은 발효 음식, 그리고 제철 먹거리로 식생활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건강을 회복했다. 책은 그 경험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풀어낸 기록이다.
책은 사계절의 흐름을 따라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들려준다. 봄에는 봄나물, 여름에는 감자와 호박을 즐기고, 가을에는 장을 담그며 겨울에는 잘 익은 발효 음식을 먹는 삶의 풍경을 담았다. 자연의 시간을 거스르지 않는 식생활은 몸의 리듬을 되찾게 할 뿐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사는 태도도 일깨운다. 된장은 오랜 시간을 견뎌야 깊은 맛을 내고, 김치는 충분히 익어야 제맛이 나듯 사람도 실패와 고통, 기다림의 시간을 지나야 비로소 삶의 향기가 깊어진다는 것이다.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실천에 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2’에서 선보여 화제가 된 잣국수와 당근국수는 물론, 계절별 음식 등 38가지 레시피를 담아 독자들이 직접 건강한 밥상을 차려볼 수 있도록 했다. 읽는 데서 끝나는 책이 아니라 식탁 위에서 다시 완성되는 책인 셈이다.
몸을 위한 식단을 넘어 삶을 위한 식탁을 차리는 법을 알려준다. 무더위에 지친 계절,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박영서 논설위원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