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맺은 빛바랜 도급 계약서가 합해서 10조원짜리 '황금알' 결실을 맺게 됐다.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 중 하나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동 잠실주공5단지 조합이 사업 지연 시 시공사를 교체하는 정비업계의 뻔한 관행을 깨고, 2000년대 초반 손을 잡았던 삼성물산·GS건설과의 동행을 확정 지으면서다.

래미안과 자이라는 최상위 브랜드 파워에 더해, 기약 없이 표류하던 혹한기에도 묵묵히 사업비를 지원하며 곁을 지킨 건설사에 대한 끈끈한 '보은'(報恩)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2028년 착공을 향해 쾌속 질주를 시작한 두 단지의 실용주의 노선 덕에, 삼성과 GS는 리스크는 덜고 초대형 수주잔고는 채우는 잭팟을 터뜨리게 됐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각각 5조원 이상의 수주잔고를 추가한 것과 맞먹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치 은마아파트와 잠실 주공5단지는 2028년 착공을 목표로 재건축 인허가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만큼 관리처분계획 인가와 이주·철거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대치은마와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수혜를 보는 곳은 삼성물산과 GS건설이다. 양사는 두 사업장에서 공동 시공권을 갖고 있다. 대치은마와 잠실주공5단지는 2000년대 초반 재건축 초기 단계에서 시공사를 뽑았다.

통상 재건축이 장기간 지연된 곳에선 기존 시공사 선정을 무효로 하고 시공사를 재선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두 아파트 조합은 시공사 재선정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시공사를 새로 뽑을 경우 재건축 사업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기존 계약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또 삼성물산과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가 강남권에서 인기가 높은 터라 굳이 시공사를 교체할 유인도 적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대치은마와 잠실주공5단지 모두 시공사 재선정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재건축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영향에 삼성물산과 GS건설은 정비사업에서 5조원 이상의 수주잔고를 추가한 것과 맞먹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대치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공사비가 각각 5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대치은마는 5850가구, 잠실주공5단지는 4942가구를 짓는 대형 정비사업이다.

또 강남 최대 재건축 사업을 컨소시엄 형태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도 양사에는 기회가 되고 있다. 시공사 입장에서 컨소시엄 도급 방식은 사업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어 선호되는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조합 입장에선 하자 발생 시 책임 소재와 사후 처리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비선호 방식으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강남권에선 10여년 이상 컨소시엄 형태의 도급 계약이 없었다.

두 아파트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GS건설은 대치은마·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이 오랫동안 표류하던 시기에도 사업비를 출자해 소유주들을 지원해 왔다"며 "이 같은 신뢰 관계가 시공권을 유지하는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은마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은마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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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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