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첫 3군 사관학교 연대 집단행동…국회 계단서 2000여명 결집
“정체성·전문성 무너진다”…바다·우주 특화 교육 저해 우려
“안보는 실험 대상 아냐”…군 원로·학부모 참여 협의기구 구성 촉구
국방부 ‘통합 선발·공통 교육’ 추진에 예비역 군심 강력 반발
국방부가 추진 중인 ‘국군사관학교’ 통합 선발 및 교육 정책을 두고 예비역 군 장성들과 사관학교 총동창회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육군·해군·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는 8일 오전 여의도 국회 본관 계단에서 대규모 총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사관학교 통폐합 및 육사 지방 이전 구상을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육해공 사관학교 총동창회가 통합 문제로 연대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 경내 집회 규정에 따라 국회의원 기자회견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주최 측 추산 2000여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렸다. 현장에는 역대 육사 교장단을 비롯한 42개 안보 단체 관계자와 예비역 장성들, 육사 생도 학부모 등이 참석했으며, 한기호·임종득 국민의힘 의원 등 군 출신 야당 의원들도 동참해 힘을 실었다.
이들 단체는 결의문을 통해 “사관학교 통폐합과 육사 지방 이전은 국군의 역사와 전통, 정체성과 전문성, 국가안보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국가적 현안”이라고 전제한 뒤 “객관적인 검증과 국민적 공감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함에도 정부가 이를 무시한 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사관학교 개혁이 필요하다면 군사 전문가, 군 원로, 교육계,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구성해 정책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며,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합법적 범위 내에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각 군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관계자들은 통합 정책이 군별 전문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냈다. 박판준 육사 총동창회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통폐합은 합동성 강화나 우수생도 모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안보는 실험 대상이 돼선 안 되고 정치적 제물이 되어선 더더욱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해사 총동창회 측은 “해군사관생도는 바다를 보고 바다의 냄새를 맡으며 성장해야 한다”며 정체성 훼손을 경고했고, 공사 총동창회 측 역시 통합안으로는 “공중·우주 환경에 특화된 정예 장교 양성이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군의 근본적인 처우 개선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요환 전 육군참모총장은 “국가와 군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사관학교 통합 이전보다 먼저 군 간부 복무 여건을 개선하고 우수 인재들이 자부심을 갖고 군을 선택할 환경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국방부 민원실을 방문해 이 같은 요구가 담긴 결의문을 전달하기로 했다.
현재 국방부는 각 군의 합동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통합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생도들을 통합 선발해 1·2학년 때는 대전 자운대 등에서 공통 교육을 받게 하고, 3·4학년 때 군을 선택해 특화 전공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형태다. 그러나 군 전반의 강력한 반대 여론에 직면하면서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김윤정 기자(kking152@dt.co.kr)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