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삼성·SK 독주, 축복만은 아니다”…메모리 패권의 역설
삼성 사상 최대 실적에 日언론 “일본 전철 밟을 수도” 경고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이어가자 일본 언론이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독주를 주목하며 “과거 일본이 겪었던 통상 압박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한편 일본 대표 메모리 업체 키옥시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낸드플래시 세계 1위를 탈환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8일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89조4000억원으로 집계되며 3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배경에는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가격 급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메모리 시장의 초호황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는 새로운 경영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닛케이는 미국 소비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상대로 메모리 가격 담합 의혹을 제기하며 집단소송에 나선 사례를 소개했다. 또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제품으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경우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점유율이 합산 60% 안팎에 달하는 상황을 거론하며, 미국이 이를 통상 이슈로 삼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닛케이는 한국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을 문제 삼아 미국 내 생산 확대나 추가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는 1980년대 미국이 미·일 반도체협정과 환율·통상 압박을 통해 세계 메모리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이다.
닛케이와 산케이신문은 메모리 산업 특유의 경기 변동성도 경계했다. 공급과잉과 가격 급락이 반복되는 산업 특성상 투자 판단을 잘못하면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AI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전망도 나오는 만큼 일본 기업들이 투자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는 시장 선두 탈환 의지를 공식화했다. 오타 히로오 키옥시아 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낸드플래시는 우리가 발명했지만 현재는 세계 1위가 아니다”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1위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산케이신문은 키옥시아가 2028년까지 총 1조4100억엔(약 13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지만 연평균 투자 규모는 과거 최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닛케이 역시 키옥시아의 기업 가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약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엔비디아 등 글로벌 고객 확보와 차세대 기술 개발, 공격적인 설비투자가 여전히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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