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 통해 2028년 법정공시 즉시 시행

고의적 그린워싱 외 3년 면책…Scope3은 3년 유예

기후부·산업부·중기부 총동원해 플랫폼 개발 추진

[연합뉴스]
[연합뉴스]

정부가 지속가능성(ESG) 공시 의무화를 본격 추진한다. 시장의 자율적 확산을 유도하는 대신 제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공시 체계를 정착시키겠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이에 2028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의무 공시가 시행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8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 최종안’을 발표했다.

이번 최종안은 지난 2월 발표했던 초안인 ‘2028년 30조원 이상 대상, 거래소 자율공시 선행’보다 의무화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강제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최근 중동 전쟁 등으로 에너지 가격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기후·에너지 리스크 관리가 기업의 생존 과제로 부상하자 공시 로드맵을 전향적으로 수정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공시 의무화 대상은 2028년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291개사)을 시작으로, 2029년에는 5조원 이상(3171개사)으로 빠르게 확대된다. 이어 2028~2029년 공시 상황을 평가해 2030년에는 2조원 이상까지 추가 확대를 검토할 방침이다.

공시 채널도 거래소 공시 단계를 거치지 않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2028년부터 곧바로 사업보고서에 포함하도록 하는 ‘법정공시’로 즉시 시행된다. 당정은 이를 위해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하고 제도의 연착륙을 돕기 위한 파격적인 면책제도와 유예 조치도 마련됐다. 도입 초기 3년 동안 고의적인 그린워싱을 제외하고는 공시 정보 전체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 책임과 행정제재, 형사처벌을 포괄적으로 면제한다.

이후 △미래 리스크요인에 대한 예측 정보 △온실가스 배출량 등과 관련한 추정정보 △협력업체 등 불확실한 정보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판단을 전제로 충실한 공시가 이뤄지면 책임이 면제되는 ‘세이프 하버’가 적용된다.

가치사슬 전반의 배출량과 관련된 스코프3(Scope3) 공시는 기업들의 준비 기간을 고려해 공시대상별로 3년간 유예된다. 고탄소 배출 업종이 아닌 소기업은 공시 대상에서 전면 면제된다.

공시 정보의 신뢰성을 담보할 제3자 인증은 국내외 실무 축적 기간을 감안해 공시 의무화 2년 뒤인 2030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될 계획이다.

특히 이번 방안에는 금융위원회 외에도 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가 총동원돼 기업의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전방위적 지원 방안을 확정했다.

기후부는 기업들이 고가로 이용 중인 해외 분석 도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리스크 분석·평가 도구인 ‘한국형 기후리스크 통합플랫폼’을 개발해 2028년 공개한다.

주요 수출 업종의 스코프3 공시 대응을 위한 공급망 데이터 구축도 본격화된다. 기후부는 이차전지, 철강, 반도체 등 주요 수출 15개 업종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2028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기로 했다. 협력사로부터 직접 데이터를 받기 어려울 때 활용할 수 있는 전과정목록데이터(LCI)도 2028년까지 1000개로 늘린다.

산업부는 협력업체가 한 번만 탄소 배출 데이터를 입력하면 여러 대기업 공시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산업공급망 ESG 플랫폼’ 개발에 착수한다.

추후 공시 대상에 포함될 자산 2조원 이상 기업과 협력사에 대한 종합 컨설팅도 확대된다. 산업부는 대상을 2조원 이상 기업으로 넓히고, 금융위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동반성장협약을 통해 공시 대상 대기업이 추천한 협력업체에 ESG 컨설팅과 자금 지원을 동시에 강화한다.

기후부와 중기부 역시 자체적인 컨설팅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기관투자자와 금융기관의 공시정보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도 병행된다.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 전반에 ESG 공시 정보 활용을 대폭 확대한다.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점검 시 수탁자 책임 정책에 ESG 요소를 고려하고 있는지 여부를 점검받아 투명하게 공개하게 된다.

당정은 공시 로드맵의 차질없는 이행을 위해 신속하게 입법을 추진하기로 협의했다. 빠르면 이달 중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정애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속가능성 공시는 기업이 기후를 비롯한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리스크와 기회를 식별·분석하고 이에 대한 기업의 의사결정, 리스크관리체계 전반을 새롭게 구성하는 ‘경영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형식적인 공시의무 이행이 아닌 실질적인 기업의 경영프로세스에 개선이 이뤄진다면 이는 기업의 성과와 직결되고, 자본시장으로부터 그에 걸맞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공시로드맵 발표로 가야할 방향과 목표가 명확해진 만큼 자본시장법 개정 등 로드맵 이행을 위한 조치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관계부처와 신뢰성 있는 공시가 가능하도록 전방위적 지원방안도 마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pjw19786@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