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이란 공습 재개… "상선 공격 대가 치르게 할 것"

트럼프 "종전 MOU 끝난 것 같다… 협상 원치 않아"

이란도 쿠웨이트·바레인 미군시설 타격… 협상 먹구름

美, 이란 원유 제재 면제도 취소… MOU 체제 붕괴 우려

이란 "우리가 정한 해로로 운항해야"… 美 "용납 안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종전 MOU가 끝난 것 같다. 협상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밝혔다고 AP 통신 등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을 겨냥한 공격을 이어가는 이란을 상대로 군사·경제 양면의 고강도 압박을 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군은 7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공습을 다시 개시했고, 미 재무부는 이란산 원유 거래에 부여했던 제재 면제도 전격 철회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3척을 공격한 이란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 내 방공망과 지휘통제시설, 해안 레이더 기지, 대함 미사일 전력, 이란혁명수비대(IRGC) 소속 소형정 등 80개가 넘는 표적을 정밀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도 미군 기지가 있는 바레인과 쿠웨이트를 타격하며 보복에 나섰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8일(현지시간) 국영 방송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바레인과 쿠웨이트에 있는 미군 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IRGC는 "이번 침략에 대한 초기 대응으로 IRGC 해군과 항공우주군이 미사일 및 드론 작전을 합동으로 수행해 두 국가 내 주요 미군 시설 85곳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미군의 MQ-9 드론 1대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바레인과 쿠웨이트는 이날 새벽 미사일, 드론 공격을 받고 방공망 등을 동원해 대응에 나섰다. 이란군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과 관련해 "미국의 간섭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선과 유조선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항로는 "이란이 정한 항로"라고 주장했다.

이란은 미국이 먼저 합의를 깼다고 주장하며 보복을 공언해 양측이 또다시 무력으로 충돌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이란이 정한 해로로만 운항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군사 조치에 앞서 미국은 경제 제재 카드도 꺼내 들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지난달 21일 발급했던 이란산 원유 생산·인도·판매를 허용하는 60일짜리 임시 일반면허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후속 협상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제재 면제를 불과 보름여 만에 원상 복구한 것이다.

공습과 제재 강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튀르키예 방문과 맞물려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란과 국경을 맞댄 튀르키예 앙카라를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도착 직후 나토가 이란 전쟁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았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등 동맹국을 향해서도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란은 최근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을 치르며 내부 결속과 반미 여론 결집을 시도해 왔다. 여기에 원유 제재 면제까지 철회되면서 경제적 부담이 다시 커진 만큼 미국에 대한 대응 수위도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양측의 충돌이 확대될 경우 어렵게 마련된 후속 협상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종전 양해각서 체결 당시 비핵화 문제 등 핵심 쟁점을 60일간의 후속 협상에서 논의하기로 했지만,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달 말에도 이란의 상선 공격 이후 미국이 이란 군사시설을 공습하고, 이란이 중동 지역 미군 기지를 겨냥해 보복 공격에 나서는 등 군사적 충돌이 연이어 발생한 바 있다. 이번 공습과 추가 제재까지 더해지면서 양국 간 긴장은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과의 후속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무력 공방까지 재개되면서 휴전 합의가 사실상 파기된 게 아니냐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해 "그들과 거래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지긋지긋한 사람들이다"라며 협상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표단이 이란과 대화하는 것을 허락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기면서도, "그들과 거래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며 강한 불신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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