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안심 거주라던 은평 디에트르

1년만에 인상 통보… 임차인과 갈등

분쟁 중 HUG가 보증서 먼저 발급

건설사 정당성 입증자료 활용 우려

은평 디에트르 더 퍼스트. [대방건설 제공]
은평 디에트르 더 퍼스트. [대방건설 제공]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임대료 분쟁을 겪는 아파트 단지에 임대료 인상을 전제로 한 보증서를 입주민 합의도 없이 조기 발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HUG는 임차인의 보증금 보호 공백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분쟁 현장에선 건설사의 임대료 인상 근거를 뒷받침하는 자료처럼 활용되고 있다. 특히 보증서 발급에 활용된 서류 중 일부가 임차인 전체의 의사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되면서 보증 적절성 논란도 제기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HUG는 최근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은평 디에트르 더 퍼스트' 임차인들에게 임대보증금 인상을 기준으로 한 보증서를 발급했다. 임차인 대다수가 임대료 인상에 반대하며 건설사와 분쟁 중인 상황에서 HUG 보증서가 먼저 발급된 것이다.

은평 디에트르는 지난해 7월 준공된 452가구 공공지원 민간임대 단지다. 임대료가 높아 준공 전 3년간 29차례나 임차인 모집 공고를 낼 정도로 입주자를 채우는데 어려움이 컸다.

대방건설은 임차인 모집 과정에서 '10년 안심 거주'를 강조하며 홍보했는데, 최근 입주 1년 만에 임대료 인상을 통보해 입주민과 갈등을 겪고 있다.

은평 디에트르 한 입주자는 "과반 이상의 임차인이 임대료 인상에 동의한 적이 없는데 HUG로부터 인상된 금액 기준 보증서가 발급됐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임대료 인상을 받아들이라는 압박처럼 해석된다"고 말했다.

HUG가 보증금 인상을 전제로 한 임대보증금 보증서를 발급하려면 임대인과 임차인이 이에 동의했다고 볼 수 있는 변경 계약서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서류를 제출한 임차인은 일부 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HUG가 보증서를 발급한 것은 대방건설이 제출한 자료를 임대료 인상 합의의 근거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방건설은 전임 입주자협의회 대표자와의 협의 내용과 일부 가구와 체결한 변경 계약서를 HUG에 제출했고, 이를 토대로 보증서가 발급됐다.

HUG는 보증서 발급 근거로 활용된 변경 계약서가 전체 452가구 중 몇 가구분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HUG 관계자는 "대방건설이 입주자협의회와 협의한 내용과 일부 임차인과 맺은 변경 계약서를 제출해 보증서 발급이 이뤄졌다"며 "건설사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심사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HUG는 보증기간 공백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임대보증금 보증은 통상 2년 단위로 갱신되는데, 이 아파트는 대방건설이 최초 임차인을 모집할 당시부터 보증 기간을 1년으로 설정했다. 보증서 발급 시기가 미뤄질 경우 임차인이 보증을 받지 못하는 기간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보증서 발급이 먼저 이뤄졌다는 것이다.

HUG 관계자는 "보증 공백이 생기면 임차인 보호라는 취지에 맞지 않게 되는 측면이 있다"며 "보증 공백을 피하기 위해 보증서 조기 발급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HUG가 발급한 보증서는 의도와 달리 대방건설의 임대료 인상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는 데 있다. 일각에선 HUG가 건설사의 손을 우회적으로 들어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임대차 시장에서 HUG 보증서는 보증금 인상 판단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공기관이 적정성을 검토해 보증한 금액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신규 분양 단지에서는 HUG가 보증한 임대보증금 규모가 분양가 기준으로도 활용된다. HUG 보증 금액이 커지면 분양가도 함께 높아지는 구조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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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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