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스포츠 영역에까지 전방위적인 압박을 행사하며 유럽과의 갈등 전선을 넓히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북중미 월드컵에서 보여준 독단적인 개입이 어떻게 유럽 국가들과의 외교적·정치적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는지 전했다.
최근 전 세계 축구계를 뒤흔든 사건의 발단은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발생했다. 미국의 핵심 공격수인 폴라린 발로건이 경기 중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하며 다음 경기인 벨기에와의 16강전 출전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규칙에 따른 퇴장과 출전 정지는 지극히 당연한 절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다. 백악관 브리핑과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축구의 '레드카드' 개념조차 잘 몰랐으나, 이것이 미국의 간판스타를 벨기에전에서 뛰지 못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즉각 행동에 나섰다. 그는 오랜 친분이 있는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판정을 전면 재고하라"고 강력히 압박했다.
결과는 전례 없는 '판정 뒤집기'였다. FIFA 소송 담당 판사는 벨기에 축구협회의 법적 이의 제기를 기각하고, 경기 시작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발로건의 출전 정지 징계를 전격 취소했다. FIFA 측은 "벨기에는 해당 절차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상소 권한이 없다"는 궁색한 논리를 내세웠지만, 축구계는 물론 국제 사회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FIFA가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강력히 반발했고, 16강전 상대국이었던 벨기에는 정치적 외압이 스포츠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 유럽 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의 부당한 개입이 오히려 미국 축구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비판했다.
NYT는 이번 축구 잔혹사가 결코 우발적인 해프닝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유럽을 상대로 벌여온 일련의 '폭주'와 궤를 같이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강제로 매입하겠다며 안보 위협을 가했고, 이에 반대하는 유럽 8개 동맹국에 10~25%의 보복성 고율 관세를 폭탄 투하하듯 선언해 거센 무역 전쟁을 촉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협박,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 등 지정학적 안보 틀을 사사건건 흔들며 대서양 동맹 체제를 최악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결국 이번 FIFA 압박 사건은 영토 탐욕(그린란드), 경제적 윽박지르기(관세), 동맹 무력화(나토)에 이어, 이제는 인류 공통의 규칙인 스포츠 정신마저 미국의 이익을 위해 굴복시킬 수 있다는 '트럼프식 일방주의'의 극치를 보여준 셈이라고 NYT는 꼬집었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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