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환 심스리얼리티 AI융합원장
일자리의 미래가 뜨거운 화두이다. 자동화, 지능화, 그리고 플랫폼의 물결 속에 로봇과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사람의 직무를 계속 대체하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들은 자신의 업무가 언제 AI에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으며, 전공과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IT 개발자가 최고의 유망 직종으로 코딩 열풍이 불었으나 상황은 급변했다. AI가 자연어 명령만으로 스스로 코드를 짜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시대가 열리면서, 일부 대학의 컴퓨터공학과는 인공지능학과로 명칭을 바꾸었다. 외국어 학과들은 스마트한 AI 통번역의 등장으로 통폐합 수순을 밟고 있다.
기계제조 분야의 로봇은 이미 산업표준으로 자리 잡았고, 미국과 중국의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교통물류의 패러다임을 혁신하고 있다. 방대한 판례와 재무 데이터를 다루는 법률과 회계 서비스 역시 AI가 지식 노동의 성역을 허물고 있다. 알바니아에서는 입찰과 조달을 감독하는 자리에 사람이 아닌, AI ‘디엘라’(Diella)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파격적인 실험까지 등장했다.
노동 대체 쓰나미의 정점인 불 꺼진 공장에서 24시간 로봇이 작업하는 다크팩토리도 다가오고 있다. 머지않아 휴머노이드 로봇이 산업현장에 이어 일상생활까지 파고들 것임을 시사하는 강력한 경고이자 미래의 청사진이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맞춰 노동시장과 고용구조는 어떻게 개편되어야 하는가.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 개최된 ‘APEC 미래 일자리 포럼’에서 AI와 인구구조 변화가 일자리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공론화하여 지혜를 모으고 있다. 현재의 노동 시장이 ‘사람’ 중심의 수요와 공급이라면, 미래에는 ‘업무’ 중심으로 사람과 로봇, AI 시스템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확장될 것이다. 고용구조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산업별과 직종별 구분에서 벗어나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재편될 것이다.
기업은 본능적으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로봇과 AI 시스템 도입을 가속할 것이며, 이로 인해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러한 거대한 흐름을 수용하고 객관적으로 직시해야 하며, 공존과 안착을 위해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효율성 기반의 ‘사람의 근무시간 감축’이다. 이는 AI 시대 노동구조 개편의 기본적인 해법으로, 기존 직원의 근로시간을 과감히 줄여 신규 직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주 3일 근무제나 평일 반나절 근무제를 전면 도입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고용 나눔이 실현되면서 동시에 신규 취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보전은 기업이 로봇과 AI 시스템 적용으로 창출한 생산성 향상의 일부로 충당하고, 국가가 조세 및 복지 제도를 통해 일부를 지원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이룬다면 실현 가능하다.
둘째, 안정성 기반의 ‘사람과 AI의 협업모델 구축’이다. 인간과 로봇, AI 시스템의 역할을 조화롭게 하면서 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상호 보완적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반복적이고 위험하거나 방대한 데이터 처리의 업무는 로봇이나 AI 시스템에 맡기고, 인간은 최종적 의사결정과 윤리적 판단, 그리고 예외 상황에 대한 관리감독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혼재된 공간에서 공존할 수 있는 협업체계, 역할분담, 안전관리 등을 규정하는 차세대 노동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셋째, 창의성 기반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다. AI가 대체하는 기존 업무의 공백을 찾는 것이 아닌, 새로운 가치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간 고유의 통찰력, 감성과 공감, 양심과 윤리적 판단을 요구하는 직무가 중요해진다. AI 알고리즘의 편향성과 환각을 감시하는 ‘AI 윤리 감사관’, 사람의 의도대로 복잡한 시스템을 설계하는 ‘아키텍처 기획자’, 파편화된 사회에서 인간의 내면을 살펴주는 ‘감정 돌봄 전문가’ 등이 예시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대학, 기업은 교육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미래 직업 프로그램에 적극 투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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