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일본에 대규모 AI용 메모리 시설을 짓는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지난 4일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서 새로운 제조동 기공식을 열었다. 투자 규모는 약 14조2200억원으로, 이 가운데 5조원은 일본 정부가 보조한다. AI 시대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메모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미·일 반도체 동맹이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중국은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65조원 규모의 ‘국가반도체산업투자기금’(빅펀드) 3기를 본격 가동하며 기술 자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핵심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 속도가 점차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는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건 총력전이 됐다.
반면 한국은 일본이나 중국처럼 정부의 보조금 지급은 전무하다.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야 할 제도와 정책도 여전히 제자리다. 특히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조차 수년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연구개발은 공정 전환과 제품 개발 일정에 따라 집중적인 근무가 불가피하다. 시제품이 나왔을 때나 수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시기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는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개발 속도가 시장 선점과 직결되는 만큼 단 하루의 일정 지연도 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간 지연이 곧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개발 일정이 늘어지고 기술 우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장에서 끊이지 않는 이유다.
청와대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광주 군 공항 부지에 조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대한민국 산업사의 새 이정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부지 선정은 출발선일 뿐이다. 일본과 중국은 반도체 패권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건만 한국은 ‘주 52시간 족쇄’ 하나 풀지 못하고 있다. 세계는 시간을 무기로 반도체 전쟁을 치르는데 한국만 규제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각종 인허가와 전력·용수 공급, 물류 인프라 구축은 물론 연구개발 분야의 주 52시간 규제 개선까지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지금 속도를 내지 못하면 광주 군 공항 클러스터는 ‘미래 산업의 심장’이 아니라 또 하나의 지연된 국책사업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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