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구 한성대 석좌 교수

미중 갈등, 불투명한 이란 종전 협상 향방, 생활물가 상승 등 부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견조하다. 활기찬 기업가 정신, 노동생산성 향상, 기술기업의 혁신 등이 미국 경제의 역동성을 견인한다.

시장친화적 정책이 성공 비결이다.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경쟁과 효율의 시장 원리를 존중한다. 치열한 경쟁이 경제 전반의 효율을 끌어올린다.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등 6개 혁신 기업이 증시 활황과 투자를 주도한다. 기술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1조달러 규모다. 세계 500대 기업 중 200개, 세계 20대 기업 중 7개, 10억달러 이상 기업가치를 가진 유니콘 기업의 절반 이상이 실리콘밸리에 있다. 실리콘밸리, 샌프란시스코, 시애틀이 혁신 성장과 창조형 인재 창출의 산실이 되었다. 최근에는 뉴욕, 오스틴, 댈러스 등이 새로운 혁신 도시로 등장했다.

기업의 창조적 혁신과 파괴가 활발하다. 2025년 기준 세계 유니콘 기업 1276개 중 미국 기업이 717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정보기술 분야에서 유니콘을 집중 배출하고 있다.

1980년대 미국의 10대 기업은 GM, 포드, IBM, GE, 엑슨모빌이 주도했다. 현재는 기술기업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무한 경쟁과 기술 개발 및 혁신 속에서 효율성 경쟁에서 떨어진 기업은 탈락하고 새로운 기업이 미국 경제를 추동한다. PC 시대의 총아였던 인텔의 몰락과 AI 시대의 스타인 엔비디아의 정상 등극은 미국 산업의 세대 교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GE의 추락은 금융 부문에 대한 과다 의존으로 핵심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의 서글픈 퇴장이다. 미국 번성의 주된 이유는 파괴가 창조의 대가라는 사실을 경제 활동 주체가 받아들인 점이다.

노동생산성 혁명이 눈부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생산성이 전부는 아니지만 사실상 전부”라는 명언을 남겼다. 2020년 이후 미국 노동생산성의 가파른 상승세는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 일련의 대외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순항을 이끌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이 바야흐로 생산성 혁명을 맞이했다”고 논평했다.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1945~1973년 2.8%였지만 1980~1990년 1.8%로, 2000년대 이후엔 1% 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6년간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1%로 2007~2019년 1.5%에서 가파르게 상승했다.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 혁명이 생산성 향상을 주도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이루어진 재택 근무와 인력 재배치 등이 업무 자동화를 촉진했다. 셰일 혁명에 따른 에너지 비용의 절감이 제조업과 광업 부문의 생산 증대로 이어졌다.

유연한 노동시장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 유럽연합(EU)의 경직적 노동시장에 비해 미국은 해고와 채용이 유연하다. 실리콘밸리의 역동성은 유연한 해고와 채용 관행 덕분으로 볼 수 있다. 경기 변동에 따라 탄력적인 인력 운영으로 고용비용 부담을 최소화한다. 유연한 노동 시장과 낮은 노사 분규는 미국 경제의 상징이다.

미국 경제의 역동성은 이민자들의 도전과 혁신에서 나왔다. 미국의 이민자 비율은 2024년 기준 15.2%다.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 582개 중 55%를 이민자가 창업했다. 유니콘기업의 80%는 이민자가 창업하거나 최고경영자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노동력 및 인구 증가의 상당 부분이 이민자로부터 발생한다. 이민 정책은 정치적으로는 반이민 서사를 고집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숙련, 고학력 인력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체제를 유지한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야 나델라 등이 대표적 이민자 출신 경영인이다. 실리콘밸리 혁명은 이민자들이 주도했다. 유니콘기업이 이민자 창업의 산실이다. 미국은 뛰어난 인재를 끌어들이는 정책을 결코 중단한 적이 없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누구든 지구상 어느 곳에서 왔든 미국에 오면 미국인이 될 수 있다. 나는 이것이 미국의 위대함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원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영국인이 신사를, 프랑스인이 지식인을, 독일인이 학자를 존경하듯 미국인은 기업인을 우러러본다. 기업인을 혁신의 주역으로 인정하고 그 도전을 높이 평가하는 미국 자본주의가 미국 경제 지속 성장의 핵심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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