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3억원이 넘는데 고가주택 기준이 12억원이라면 누가 공정한 세금이라 여기겠어요."
"종합부동산세 낼 때는 공시가 12억원 안 넘는다고 서민이라더니, 집 팔 때는 실거래가 12억원 넘었다고 고가주택이라네요. 보유할 땐 서민이고 팔 땐 부자입니까? 세금마다 실거래가와 공시가 잣대가 제멋대로인 정부 기준도 통일되는 게 옳다 봅니다."
12억원 짜리 집도 고가주택이라 부를 수 있을까.
요즘 집값을 보면 동의할 이들이 많지 않겠지만, 세법상 그렇다. 서울의 웬만한 국민평형(전용 84㎡) 아파트도 20억원을 넘기는 상황에서 정부가 부동산 세금을 매길 때 들이대는 고가주택의 기준은 여전히 '12억원'에 머물러 있다.
평범한 1주택 보유자들이 고가주택 과세 타깃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물가와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낡은 세법 기준이 중산층의 세금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고가주택 기준이 서울 아파트값 평균 수준에도 못 미치는 만큼 물가상승률 등 적정 지표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6일 국세청 등에 따르면 현재 부동산 관련 양도소득세(1주택자 기준)는 실거래가격을 기준으로 12억원 초과 시 6~45%의 세율이 적용된다.
취득세 세율은 기준 9억원 초과 주택에 3%,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주택은 1.01%~2.99%, 6억원 이하는 1%가 부과된다. 종합부동산세는 양도세나 취득세와 달리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며 12억원 초과 시 부과된다.
양도세의 경우 2022년 개정으로 비과세 기준이 12억원 이하로 변경됐으며, 취득세의 경우 2013년 지방세법 개정을 통해 현행 기준으로 변경된 이후 변동이 없었다. 종부세는 2023년부터 현재의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기준이 적용됐다.
문제는 이런 기준이 시세 흐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매매가격은 약 13억2980만원에 달한다. 평균 매매가격이 12억원을 밑돌던 지역도 1년새 가격이 급등하며 평균가격이 12억원대를 크게 웃돌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영등포구와 동작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각각 13억5514만원, 12억7906만원 수준까지 올랐다.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12억원으로 변경된 2022년 2월(11억5146만원)과 비교하면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맷값은 1억5000만원 이상 상승했지만 여전히 동일한 고가주택 기준은 12억원에 머물러 있다.
종부세 또한 집값 상승률에 따라 세법 변동 없이도 꾸준히 납부 대상자만 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53만8439명으로 전년 대비 18.3%가량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외곽지역의 상승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올해는 중저가 아파트 지역에서도 상승세가 가파른 만큼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세 부과 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가 앞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을 설정하면서 해당 가격으로 키맞추기 현상이 이어지는 데다 실수요가 많은 중저가 아파트의 거래가 활발한 상황에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지 않고 비과세 기준을 유지하는 것은 불합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특정 금액에 고정적으로 과세 기준을 맞추기보다 물가상승률 등 객관적인 지표를 기반으로 자동으로 반영돼 조정되는 과세 시스템이 갖춰져야 실수요층의 보호가 두텁게 유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종부세의 경우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12억원을 넘는 중저가 지역이 많진 않다"면서도 "실수요자 보호 측면에서 과세 기준이 차차 높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다솜 기자 cott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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