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 선수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광주제일고와 경기 중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 선수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광주제일고와 경기 중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배재고 야구부가 경기 도중 상대 팀인 광주제일고(광주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부적절한 조롱성 구호를 외친 사건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스포츠 정신 훼손과 지역 비하의 책임을 물어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반발한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이 협회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하고, 여야 정치권까지 가세해 거친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신성한 고교 야구가 거대한 진영 대결의 전쟁터로 변질됐다.

학생들이 경기장의 흥분된 상태에서 인터넷의 유해한 혐오 밈(meme)을 무분별하게 따라 외친 행위는 스포츠 정신에 비춰볼때 분명 잘못된 일이다. 어떠한 이유로든 역사적 아픔이나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언행은 용납될 수 없으며, 엄격한 훈육과 지도가 마땅히 뒤따라야 한다. 배재고 학교 측과 선수단 역시 잘못을 통감하고 공식 사과문을 올렸으며, 6일 광주일고를 직접 찾아가 고개를 숙이고 5·18 묘역을 참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잘못에 대한 반성과 책임은 교육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협회의 6개월 출전 정지 처분은 잘못의 무게를 감안하더라도 교육적 한계를 넘어선 과도하고 가혹한 징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고등학교 3학년 주전 선수들에게 6개월간 시합 출전을 금지하는 것은 사실상 올해 남은 모든 전국대회를 뛰지 못하게 만드는 조치다.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와 대학 체육특기자 입시를 눈앞에 둔 학생 선수들에게 경기 기록이 없다는 것은 선수 생명의 종말을 의미한다. 미성년자의 철없는 일탈에 인생 전체를 망쳐버릴 수도 있는 ‘사형 선고’를 내린 셈이다.

더구나 협회는 징계에 앞서 당사자들을 불러 자초지종을 조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절차도 없이 구호를 주도하지 않고 묵묵히 땀 흘려온 동료 선수들까지 무더기로 묶어 처벌하는 연좌제식 행정 편의주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잘못을 저지른 개인을 특정해 계도해야지, 팀 전체의 발을 묶어 죄 없는 아이들의 미래까지 짓밟는 것은 공정하지도, 교육적이지도 않다. 정작 아이들을 올바르게 지도하지 못하고 방관한 어른들의 책임은 뒤로한 채, 학생들의 장래를 빼앗는 방식으로 사태를 무마하려는 태도는 무책임하다.

‘배재고 스벅 사태’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본질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기성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청소년의 역사 인식 교육이나 스포츠 정신 회복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이 사건을 자기 진영의 논리를 강화하고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정쟁의 도구로 소비하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의 행동을 정치적 ‘성역 침범’으로 규정해 영원히 매장하려는 엄벌주의나, 이를 옹호하며 법적 공방으로 끌고 가는 대립 모두 교육의 자리가 들어설 곳을 지워버리고 있다.

우리 사회 일각에는 5·18 민주화운동이 특정 정치 세력이나 인물들의 정치적 권력 유지와 기득권 확보, 그리고 경제적 이권을 챙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의구심이 존재한다. 선거철이나 정치적 위기 때마다 5·18을 앞세워 지지층을 결집하고, 자신들을 향한 정당한 비판조차 ‘안티 5·18’, ‘민주주의 훼손’으로 몰아세우며 방패막이로 삼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5·18 유공자’ 명단 비공개와 유공자 지정 과정의 불투명성을 비판하는 소리도 상당하다. 총리급 인사인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배재고 야구부 징계를 비판하며 “이 땅에 5·18이 성역이 된 것”이며 “역사의 성역화로 어린 학생들의 장난에 가까운 일탈도 수용되지 않고 어른들의 정치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보다 김일성 사진이 나온 신문이 비에 젖는 것을 보고 울부짖는 북한의 모습과 같다”며 표현의 자유를 주장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이에 공식적으로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

징계의 목적은 처벌을 통한 파멸이 아니라, 잘못을 깨닫게 하고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시키는 ‘교정’에 있어야 한다. 배재고 선수들이 진심으로 반성할 기회를 주는 것이 먼저다. 협회는 아이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감정적 중징계를 거두고, 출전 정지 수위를 완화하는 등 징계 수준을 재고해야 한다. 어른들의 거친 진영 싸움에 밀려 청소년 선수들의 꿈과 미래가 이대로 꺾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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