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12칠린드리 마누알레. 페라리 제공
페라리 12칠린드리 마누알레. 페라리 제공

자동차가 점점 디지털화되고 있다. 버튼 하나로 시동을 걸고, 자동변속기가 기어를 바꾸며, 소프트웨어가 주행 성능까지 제어하는 시대다. 편의성과 효율은 높아졌지만 운전자가 기계와 직접 교감하는 순간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페라리는 오히려 ‘아날로그 감성’을 전면에 내세운 모델을 선보였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페라리가 공개한 ‘12칠린드리 마누알레’(12Cilindri Manuale)는 최신 기술과 전통적인 운전 감각을 결합한 한정판 모델이다. 단순히 과거의 수동변속기를 복원한 것이 아닌 운전자가 직접 조작하는 즐거움을 현대 기술로 재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근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실내에서도 기어 레버는 버튼이나 다이얼, 컬럼식 변속기로 대체되는 추세다. 운전은 편리해졌지만 손으로 기어를 조작하고 발로 클러치를 연결하던 감각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페라리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운전의 본질적인 즐거움은 여전히 중요한 가치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새롭게 개발한 ‘마누알레 바이 와이어’(Manuale by-wire) 시스템을 적용했다. 전자 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기어를 넣을 때의 저항감과 클릭감, 클러치 조작 시 전달되는 감각까지 구현해 기존 수동변속기의 경험을 최대한 재현했다.

동력계 역시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했다. 최고 9500rpm까지 회전하는 자연흡기 V12 엔진을 그대로 탑재해 고회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엔진 감성과 응답성을 살렸다.

실내 디자인도 과거 페라리 GT 모델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금속 기어 게이트와 알루미늄 기어 노브, 3페달 구조 등을 적용해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 감성이 공존하는 공간을 완성했다.

이 같은 시도는 최근 소비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디지털 콘텐츠가 일상이 된 가운데 LP 레코드와 필름카메라, 기계식 시계처럼 사용 과정 자체를 즐기는 제품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도 빠르고 편리한 이동수단을 넘어 운전 과정 자체를 경험으로 소비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페라리는 12칠린드리 마누알레를 전 세계 1499대만 한정 생산한다. 생산 대수는 브랜드 최초의 V12 엔진이 등장한 1947년의 배기량에서 착안했다.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운전의 감성을 함께 담아낸 상징적인 모델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페라리 12칠린드리 마누알레 실내. 페라리 제공
페라리 12칠린드리 마누알레 실내. 페라리 제공
임주희 기자(ju2@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임주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