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선제골에도 2골 내줘…120분 혈투 자책골로 승리

“카보베르데가 어디냐”, “평생 잊지 못할 악몽” 한숨

국민들 “심장마비로 죽을 것 같은 숨막히는 경기였다”

3일(현지시간) 2026년 북중미 월드컵 32강전 아르헨티나 vs 카보베르데 경기에서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3대2로 이기자 기쁨에 찬 시민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 팔레르모 공원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EPA 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2026년 북중미 월드컵 32강전 아르헨티나 vs 카보베르데 경기에서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3대2로 이기자 기쁨에 찬 시민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 팔레르모 공원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EPA 연합뉴스

“정말 지옥에 갔다가 살아 돌아온 기분이다.”

우승 후보 0순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아르헨티나가 북중미 월드컵 32강에서 사실상 ‘무명팀’으로 여겨졌던 카보베르데를 상대로 연장 120분 혈투 끝에 가까스로 승리를 거두자 아르헨티나 전역은 안도의 한숨으로 가득 찼다.

경기 전만 해도 “카보베르데가 도대체 어디 있는 나라냐”는 말이 오갔지만,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 이름은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32강전에서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의 선제골로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두 차례 리드를 잡고도 번번이 동점을 허용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마지막 순간 메시의 코너킥에서 시작된 공격이 상대 수비수의 자책골로 연결되면서 가까스로 3-2 승리를 챙겼다.

경기 종료 직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은 거리와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지만, 축제 분위기보다 “살았다”는 안도감이 더욱 짙게 묻어났다.

한 시민은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만큼이나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며 “120분 내내 지옥을 경험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경기 당일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월드컵이 국가적 행사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킥오프 한 시간 전부터 도심은 눈에 띄게 한산해졌고, 쇼핑몰과 백화점은 손님보다 TV를 바라보는 직원들이 더 많았다. 전자제품 매장 직원들도 판매보다 경기에 집중했고, 식당과 카페에서는 손님과 종업원이 함께 화면만 응시했다.

평소 붐비던 거리도 텅 비었다. 시민들이 서둘러 귀가하면서 차량 호출 서비스 요금은 평소의 다섯 배 이상까지 치솟았다.

흥미로운 점은 경기 전 시민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오간 화제가 상대팀이었다는 점이다.

“카보베르데가 어디 있는 나라냐.”

월드컵 첫 출전인 카보베르데는 국제 축구계에서도 존재감이 크지 않은 팀이다. 상당수 시민들은 이름조차 처음 들어봤다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방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르헨티나는 유독 ‘복병’에게 약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나섰다가 첫 경기에서 카메룬에 충격패를 당했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에 일격을 맞았다. 비록 두 대회 모두 이후 반등에 성공했지만 “무명팀을 만나면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징크스는 국민들 사이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더욱이 카보베르데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우승 후보 스페인과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모두 무승부를 기록했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웠다. 경기 전부터 “월드컵에는 쉬운 상대가 없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이유다.

경기 흐름은 그 불안감을 현실로 만들었다.

메시의 선제골이 터졌을 때만 해도 거리 곳곳에서는 “역시 메시”라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카보베르데가 곧바로 균형을 맞추자 응원 열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다시 앞서나갈 때마다 승리를 확신했던 시민들은 또다시 동점골이 터질 때마다 머리를 감싸 쥐었고, 연장전에서도 같은 장면이 반복되자 식당과 카페에서는 탄식만 흘러나왔다.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동점골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허탈하게 웃는 시민도 있었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설마 또…”를 되뇌며 남은 시간을 견디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결국 승부를 끝낸 것은 극적인 자책골이었다. 메시의 코너킥을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머리로 연결했고, 공이 상대 수비수 몸에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자 경기장은 물론 아르헨티나 전역이 폭발했다. 평소 차분한 모습을 유지하던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마저 크게 포효할 정도였다.

종료 휘슬과 함께 침묵했던 도시는 다시 살아났다. 시민들은 한겨울 추위도 잊은 채 거리로 뛰쳐나와 응원가를 부르고 국기를 흔들며 극적인 생환을 자축했다.

한 현지 교민은 “메시가 골을 넣었을 때는 축제였지만 동점골이 나올 때마다 단체 대화방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며 “기쁨과 절망을 몇 번이나 오간 끝에 겨우 웃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는 오는 7일 이집트와 8강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그러나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새로운 걱정이 자리 잡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 카를로스(45)는 연합뉴스에 “차라리 브라질이나 잉글랜드처럼 잘 아는 강팀을 만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며 “우리 팀은 이상하게 이름 없는 복병을 만나면 더 힘든 경기를 한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번 32강전은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가 월드컵에서는 결코 쉬운 상대가 없다는 사실을 가장 처절하게 확인한 120분이었다.

김대성 기자(kdsu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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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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