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어젠다, 더이상 유효하지 않아… 세대교체 절실한 상황
李정부, 예외적 상황서 높은 지지율… 각별한 노력 없인 회복 어려워
정청래 전 대표 리더십은 ‘하수’, 강성 지지층만 보고 위험한 정치 해
장동혁 대표, 능력도 비전도 없어… 대표 자리 매달리는 건 추해
한동훈·오세훈, 진영 넘어 변화 이끄는 리더십 보여야 미래 열릴 것
[]에게 고견을 듣는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그동안 한국 정치를 규정해왔던 이념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보수는 물론 진보도 오래전에 국민을 이끌 어젠다를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나타났듯 지금은 기존 정치체제가 몰락하고 새로운 형태의 정치지형이 탄생하는 과정입니다.”
2일 서울 서대문 디지털타임스 회의실에서 만난 강원택(65)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2040 청년층이 주도하는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며, 이런 민심이 2년 뒤 총선에서 본격 표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처럼 여야 모두 극단적 지지층만 보고 정치를 지속한다면 총선서 반드시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1차적 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이 정치력를 발휘하지 않으면 부정적인 평가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강 교수는 지난 1년 간 이재명 정부의 가장 큰 공은 비상계엄을 넘어 우리 사회의 안정을 되찾게 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만기친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디테일에 강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 1년은 비상계엄과 야당의 지리멸렬이라는 예외적인 상황에서 높은 지지율을 누린 것이라며, 앞으로는 각별한 노력 없이 이전만큼의 지지율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지지율을 높이려면 자기 지지층만 보고 정치를 해선 안되며, 당정 관리를 잘 하고 야당과도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의 책임도 결국 대통령이 오롯이 지는 것이라고 했다. 또 정부가 무엇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하려는지 ‘큰 그림’이 안보인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을 이끌어왔던 정청래 전 대표에 대해선 리더십에 문제가 있으며 정치를 선악으로만 보고 포퓰리즘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성 지지층만 보고 가는 정치적 리더십은 하수로 민주당은 지금 한계에 와있다고 진단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무능하고, 보수를 개혁하려는 비전도 없다고 평가했다. 알량한 대표 자리에만 매달리는 건 추하다며, 전반적인 당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여야 공히 당원 가입 전면 개방으로 목소리 큰 사람들에 포획된 상태라며, 능력있는 새 인물을 영입하는 ‘게이트 키퍼’ 기능이 실종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다음 총선에선 어느 정당이 더 과감하게 혁신하고, 리더십 교체를 포함해 새로운 모습을 보이느냐가 관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동훈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해선 특정 진영이 아닌 큰 틀에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보여야 정치적 공간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심판기관인 선관위에 대한 평가가 정파적으로 갈리는 것은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반증한다며 조직기강이 해이하고 공무원의 기본 자질조차 안갖춘 선관위는 해체 수준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재도약 위해선 고등 교육을 개혁하고 재교육 시스템을 촘촘하게 마련하는 교육 혁명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강 교수는 한국정치학회와 한국정당학회 회장을 지낸 한국 정치학계의 석학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 대동고와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와 런던 정경대(LSE)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외교부, 헌법재판소, 국방부, 대법원 법원행정처 등 주요 공공기관에서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원장으로 정치, 경제, 사회, 외교, 기술,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다학제적 연구를 바탕으로, 국가 미래를 위한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융복합 연구를 이끌어왔다. 저서로는 ‘제5공화국’, ‘한국정치론’,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대한민국 민주화 이야기’,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등이 있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교수님께서는 최근 강연에서 ‘보수의 시대’와 ‘386세대 중심의 민주당 시대’가 모두 저물어가고 있다고 진단하셨습니다. 현재의 극단적인 여야 대립과 진영 갈등도 이런 기존 정치 체제의 몰락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인지요.
“새로운 형태의 정치 지형으로 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에서 작년 연말과 금년에 3000명을 대상으로 불평등과 관련된 국민들의 인식 조사를 하면서 정치 의식도 같이 물어봤습니다. 그 결과 과거 노무현 그리고 2004년 열린우리당 이후 지금까지 한국 정치를 규정해왔던 이념적인 부분들이 유효하지 않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 같은 경우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대북 문제라든지 국가보안법이라든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문제라든지 민주당의 진보적 어젠다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겁니다. 더욱이 보수는 오래전부터 어젠다를 잃어버렸습니다. 미래 이야기를 못하고 있는 거죠. 박정희가 어땠고, 이승만이 어땠고 옛날 이야기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수는 오래전에 어젠다를 잃어버렸고 진보가 끌고왔던 어젠다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대부분의 국민이 입을 다물고, 양쪽 극단에 있는 사람들만 목소리를 내면서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게 변화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선관위의 선거 관리 부실에 항의하는 청년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사에 의미가 큰 ‘사건’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먼저 선거 관리 부실이라는 건 용납될 수 없는 큰 실수입니다. 선관위 직원들이 선거때 휴가를 많이 낸다는 뉴스를 보고 겨울에 화재가 많이 나니 소방관들이 겨울에 휴가내야 되겠다, 불 끄는데 안 가고 싶다라는 것과 비슷하게 들렸습니다. 조직 기강의 해이라든지 혹은 공무원으로서의 기본적인 공적 마인드도 안 갖춰져 있는 심각한 상태입니다. 이런 게 선거관리 부실로 이어졌구요. 또 하나 선관위는 심판기관인데 언젠가부터 선관위에 대한 평가가 정파적으로 갈리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한 쪽 사람들은 선관위가 공정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쪽 사람들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면, 즉 심판기관에 대한 평가가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달라지게 되면 이는 심각한 신뢰의 위기라고 보여집니다. 선관위뿐만 아니라 검찰, 경찰, 법원 다 마찬가지입니다마는 특히 선거의 공정성은 민주주의가 유지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그런 업무를 맡고 있는 선관위가 정파적으로 상이한 판단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쌓여 곪았던 것들이 터져 나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특히 젊은 층 중심의 분노는 정당하다고 생각됩니다. 허물고 새로 짓는 수준으로 선관위를 뜯어고쳐야 될 상황이 온 것 같습니다.”
- 청년 세대가 새로운 정치적 주체로 부상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청년이 주도하는 진정한 의미의 ‘세대교체’를 이루려면 정당 내부 구조가 어떻게 바뀌어야 합니까?
“선관위 사태를 보면서 가장 주목했던 것은 2040 세대가 대거 참여했다는 겁니다. 그들은 부정선거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공정하지 않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러 간 겁니다. 젊은 세대가 정치적으로 이렇게 움직이는 건 최근들어 거의 처음 봤습니다. 제가 학생들과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는데 그간엔 대개 먹는 사진이나 여행 가는 사진 이런 게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선관위 사태가 있고 나서 성명서가 많이 올라왔어요. 자기가 쓴 것도 있고 혹은 학생회 단위에서 쓴 것도 있고. 그래서 저는 변화는 이미 시작됐으며, 이게 2년 뒤 총선부터 본격적으로 표출될 것으로 봅니다. 청년들이 움직이면 거기에 중도적인 유권자들이나 혹은 기존의 정당에 불만을 갖고 있었던 상당히 많은 유권자들이 동조해 같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들이 뭔가 던지고 끌고 나가면 많은 사람들이 그런 변화에 따라갈 준비가 돼 있는 상황입니다. 그들이 정치적 전면으로 나서 다수의 국회의원도 만들어내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습니다마는 그게 아니더라도 상당한 변화를 만들어내게 되지 않을까 봅니다.”
- 22대 후반기 국회도 전반기처럼 여야 간 타협과 협치가 실종된 채 극한적 대립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요?
“제도적인 측면에서 결국 다당제로 가야 되지 않겠느냐라고 생각합니다. 다당제에서 한 정당이 단독으로 (권력을) 차지할 수 없으면 다른 정당의 도움이 필요할 거고, 그 과정에서 협상과 타협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정치가 작동하는 분위기가 될 겁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그런 기대는 하기 어려워 결국 유권자들의 판단이 관건입니다. 국회의원 선거가 2년 앞인데 금년이 지나가면 출마 희망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거고, 내년 중반쯤 되면 공천 관련된 이야기들이 서서히 나올 겁니다. 제가 볼 때 이제부터 각 정당이 노골적으로 극단적인 지지층만 보고 정치를 하게 되면 거기에 대한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도 사실 그런 경향이 나타났잖아요. 여론조사에서는 다들 민주당이 이긴다고 했지만 정작 결과를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조용히 있었던 중도층의 사람들이 표로 심판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만약 앞으로도 이렇게 가게 된다면, 그리고 특히 야당도 야당입니다만 1차적으로는 다수석을 갖고 있는 여당이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그에 대한 심판이나 평가를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의 국정 운영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재명 정부의 1년 동안 가장 중요했던 것은 안정을 되찾게 했다는 거죠. 2024년 12월 비상계엄 시국 이후에 거의 6개월 정도 탄핵 시국까지 맞물리면서 굉장히 혼란스러웠죠, 불확실성도 높았고. 어쨌든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많은 부분이 다시 원래의 안정된 상태로 되돌아왔습니다. 이는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1년은 예외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국민들이 비상계엄의 후유증에서 벗어나면서 이 상황이 계속됐으면 좋겠다, 대통령에 대해서도 믿음을 갖고 보자라는 경향이 있었고, 허니문 기간이기도 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덕도 봤습니다. 말하자면 상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 높은 지지율을 누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겁니다. 각별한 노력 없이는 이전만큼의 지지율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지난 1년 동안의 리더십에서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은 큰 그림이 잘 안 보인다는 겁니다. 큰 틀에서 이재명 정부가 하려는 게 뭐지, 그나마 AI(인공지능)를 들고 나왔는데 책임자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시키고.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재명 정부가 5년동안 이 나라를 어떤 형태로 바꿨다고 나중에 역사적으로 평가받을까 이런 큰 그림이 있어야 되는데 그게 잘 안 보이는 것 같아아쉬움이 있습니다. 다만 ‘만기친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상적이고 디테일한 부분은 굉장히 강합니다. 집권 2년 차부터는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오차 범위이긴 하지만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앞지르는 ‘데드 크로스’가 발생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떻게 보면 정상화된 느낌입니다. 60%대의 지지율은 좀 과하게 높았다고 봅니다. 앞서 말씀드린 기대감 같은 게 작용한 것이죠. 세계 모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떨어지게 돼 있습니다. ‘지지율 하락의 법칙’ 이런 논문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본인이 노력을 해야 합니다. 지난 1년은 야당 덕도 받고 임기 초반이라는 것도 있었고 또 불안한 시국에서 벗어났다는 것도 있었고, 상황적인 요인이 지지율에 많이 도움을 줬죠. 이제부터 지지율을 관리하려면 자기 지지층만 보고 하는 정치를 해선 안됩니다. 중도층 그리고 온건한 보수 유권자까지도 아우르는 정치를 해야 지지율이 올라가지 의석이 많으니 마음대로 하겠다, 야당이 형편없으니 하고 싶은 거 다 하겠다 이런 식으로 가면 지지율은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 집권 2년차를 맞이한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가장 큰 정치적 리스크는 무엇입니까?
“정치의 실종을 꼽을 수 있습니다. 여당이 자기 편만 바라보고 일방적인 국회 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모든 책임도 결국 대통령이 다 지게 되는 거죠. 여당이 일방주의로 몰아붙이고 상식적이지 않은 법을 통과시켜도 그 책임은 결국 대통령이 오롯이 지는 겁니다. 이제는 당정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그리고 야당과도 만나 대화를 해야죠.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 대표일 때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 번 만났습니다. 그것도 형식적인 형태의 만남이었죠. 쟁점이 있거나 국가적으로 큰 이슈가 있을 때는 야당과 만나야 되는데 야당 대표든 누구든 밥 먹고 사진 찍으러 오라면 누가 오겠어요? 실질적인 뭔가 주어져야 되는 거죠.”
- 현재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과도하게 반영되는 ‘팬덤 정치’와 이로 인한 당내 다양성 위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정청래 전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정 전 대표의 리더십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여당 대표였고 특히 저렇게 많은 의석을 갖고 있는 상황이면, 그리고 본인의 정치적 꿈이 크다면 좀 더 크게 그러니까 넓은 형태의 정치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 전 대표는 정치를) 선악으로 보는 것 같은 거예요. 내란 전당은 악, 상대방은 악이고 우리는 선이라고 그런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이렇게 진영을 나누는 게 포퓰리즘의 정치죠. (당에) 모여들고 있는 사람들도 다 그런 형태의 매우 강한 입장을 갖고 있고, 다수의 힘으로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굉장히 위험한 정치입니다. 평생 그렇게 갈 수 있겠어요? 뒤집힐 수도 있잖아요. 민주당이 소수당이 됐을 때 상대방 정당이 똑같이 하면 행복하겠습니까? 정치라는 게 반복되고 역지사지를 해야 되는데 당장 지금의 강성 지지층만 보고 가는 그런 정치적 리더십은 하수입니다. 그러니까 (정 전 대표의) 리더십 관련해서는 높게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저자들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예전에는 말하자면 당의 엘리트들이나 원로들 같은 문지기들, 게이트 키퍼(Gate Keeper)들이 있어 위험한 사람들을 걸러냈습니다. 하지만 당원 가입을 개방하고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고 나니 트럼프 (같은 위험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 겁니다. 모두가 똑같이 (정치에) 참여하면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바쁜 사람들이 오픈 프라이머리에 가겠어요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안 간단 말이죠. 결국 이념적으로 강한 입장을 갖고 있고 정치적 관심이 대단히 높은 사람들이 만사 제치고 당에 오는 겁니다. 결국 이런 사람들이 당을 장악하고 트럼프 같은 인물을 뽑게 됩니다. 우리도 똑같습니다. (당을) 열어놓으면 목소리 큰 사람들한테 포획되는 거죠. 당을 개방해 자격 조건을 갖추지 않은 강성들이 온라인 공간 속에서 당내 언로를 장악하는 상황을 만들어냈고, 정청래 전 대표는 그 위에 올라타 있는 거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비슷합니다. 이런 구조가 문제입니다. 말은 민주화이고 개방화인데 무책임한 사람들이 아무나 들어올 수 있게 열어놔 정당 정치를 더 나쁘게 만들어 놓은 거죠. 당내 민주주의와 관련돼 과도한 개방성은 손질을 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일각에선 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수를 바탕으로 정국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입법 독주’를 해왔다는 비판을 제기합니다. 민주당이 전통적 정체성을 넘어 중도층과 청년 세대를 아우르기 위해 재정립해야 할 ‘새로운 진보의 가치’는 무엇입니까?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만, 지금 전 세계적으로 기성 정당들이 약화돼 가고 있습니다. 독일 같은 경우에도 집권당인 기독교민주연합(기민당, CDU)이 3위로 떨어졌잖아요. 영국도 보수당이 날아가고, 프랑스는 사회당이 거의 몰락하고. 바뀌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민주당이 그동안 외쳤던 여러 구호는 세대적으로 보면 386 맞춤형 비슷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살아가는 젊은 친구들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AI와 로봇이 많은 것을 대체하고 있는 급격한 사회구조의 변화속에서 한국의 진보라면 어떤 걸 해야 되느냐에 대한 고민을 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겁니다. 이제 민주당도 ‘옛날 이야기’가 된 거예요. 보수는 오래전부터 옛날 이야기만 했었고, 민주당도 이제 옛노래만 부르고 있는 거죠. 현재 시점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것들을 지금의 민주당이 만들어낼 수 있을까 잘 모르겠어요. 결국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되는 거라서 새로운 것을 끌고 나갈 수 있는 세대적 교체 이런 게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그 새로운 세대가 자기들의 고민을 담은 시대적 가치를 던지겠죠. 지금의 민주당 지도부가 새로운 걸 만들어낸다 해도 진정성 있게 느껴지지는 않을 듯 합니다.”
- 저서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에서 한국 보수 정치의 생명력과 위기 극복 과정을 다루셨습니다. 현재 국민의힘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 요인은 무엇이며, 놓치고 있는 ‘보수의 핵심 가치’는 무엇입니까?
“영국 보수당 얘기를 쓰면서 느꼈던 게 유연성입니다. 영국 보수가 이름도 매력적이지 않은 보수당을 쓰면서 어떻게 300년이 넘도록 자리를 지켜왔을까요? 만약 옛것을 그대로 지키겠다고 했으면 벌써 프랑스 혁명 나듯 뒤집어졌겠죠. 보수당이 오랫동안 보수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유연하게 적응해왔다는 점입니다.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런데 질서있게 변화했으면 좋겠다, 질서 있는 변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냐,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권력을 갖고 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이런 철학입니다. 권력을 잡으려면 시대의 고민에 맞닥뜨려야 됩니다. 시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시대의 요구를 수용해 정책화해야 된다는 정신이 영국 보수당에 있었던 거죠. 하지만 한국은 지금 전혀 그런 게 없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게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몰락한 겁니다.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 주거의 문제든 고용의 문제든 교육의 문제든 모든 문제는 사실 수도권이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보수 정치가 제대로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현실의 문제에 적절한 대답을 못주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지난번 총선 끝나고 한 보수단체의 강연에서 보수가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어쨌고 이런 얘기하는 건 좋은데 그게 지금 우리 사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고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이제 매력이 없다는 거죠. 국민의힘도 전반적인 당 체질 개선이 필요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세대 교체나 새로운 인물 발굴이 거의 없었어요, 민주당은 그보다 더 오래된 거고. 그래서 지금 한계에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다음 총선에선 어느 정당이 더 과감하게 혁신하고, 리더십 교체를 포함해 새로운 모습을 보이느냐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 국민의힘내 주류 세력과 비주류 세력 간 내분이 심상치 않습니다. 현 장동혁 지도부와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저는 굉장히 무능하다고 봅니다. 지난 선거에서 드러났지만 당 대표가 간 데는 (후보가) 다 떨어지고, 후보들이 (당 대표를) 오지 말라 하고, 선거 앞두고 미국 가고, 사건 생기면 문제 해결할 생각을 안 하고 입원하거나 피해버리고. 이는 본인 스스로도 취약하다는 걸 아는 거거든요. 그리고 비전도 없어요. 보수를 개혁하려는 마땅한 비전도 잘 안 보이는 거죠. 왜 당 대표를 계속 하려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 내던지고 대신 앞으로 권토중래하겠다고 해야 되는 것 아닐까요? 그런 고민을 갖고 정치인으로 클 생각을 해야지 아무도 존중해주지 않는 알량한 자리에만 매달리는 건 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결단을 빨리 내리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요. 결단을 안 하면 쫓겨날 가능성도 있어 적절한 시점에 아름다운 퇴장을 하고 재기를 노리거나 그런 방법을 택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그리고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치가 단발성 게임이겠어요? 지금같이 구질구질한 모습을 보여가지고는 미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 무소속 한동훈 의원과 오세훈 서울 시장의 정치적 미래에 대해선 어떻게 전망하나요?
“탄핵의 늪에 별로 연루되지 않은 중견 정치인들이 등장하게 된다는 건 보수 쪽에는 상당한 희망이 되겠죠. 그분들이 앞으로 어떻게 자기의 정치를 해나가느냐에 달려 있을 것 같아요. 오랜 기간의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에 대한 특히 젊은 층에서의 절망감 이런 것들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라서 이를 내가 해결하겠다고 나서야 되겠죠. 나는 보수의 뭐가 되겠다 이런 것보다 좀 더 큰 틀에서 이제 우리 사회가 새로운 형태로 변화해야 되지 않냐, 이렇게 계속 지지고 볶고 싸우기만 할 거냐, 이런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미래가 있을 겁니다. 얼마나 큰 그릇 그러니까 그런 큰 틀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지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 같은 걸 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또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모이느냐는 것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으로서 대한민국이 직면한 인구 절벽, 기후 위기, 지정학적 리스크 등 거대 담론을 다루셨습니다.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해선 무엇이 가장 시급하나요?
“새로운 교육 방식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합니다. AI 전환은 생각보다 큰 변화입니다. 산업혁명으로 물리적 노동력을 기계가 대신했다면 이제는 판단과 생각 자체를 상당히 많이 AI가 대체해 줄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여기에 로봇까지 등장하게 되면 단순 작업이나 웬만한 것들은 다 기계로 넘어가야 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뭘 해야 되느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거죠. 그럼 이제 두 가지일 것 같아요. 하나는 고등 교육을 어떻게 잘 끌고 나갈 것이냐는 점입니다. 지금까지의 교육이라는 게 박정희 대통령 이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선진국의 기술을 빨리 습득하고 따라잡으려고 했던 수준의 교육입니다. 하지만 AI 시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되는 새로운 형태의 시스템인데 우리 입시는 여전히 외워서 쓰는 거잖아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AI 시대 어떻게 하면 좀 더 유능한 인재를 키울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국가적으로 매우 필요한 시점인데 이해관계가 많이 걸려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은 여전히 교육부의 강한 규제와 통제하에 놓여 있고. 이런 상태에서 창의성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고등 교육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꿔서 교육부 역할을 줄이고, 교육 커리큘럼이나 입시 관련된 것들을 왕창 뜯어 고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또 하나는 재교육과 관련된 부분으로 이제는 평생 직장이 사실상 없어졌다고 본다면 성인들에 대한 재교육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고용노동부나고 노동조합이 얼마나 더 오래 가겠어요? 현대차나 이런 데서 (노조가 로봇 도입에) 저항하는 것은 러다이트 운동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거 못 막습니다. 결국은 (로봇 도입으로) 갈 거예요. 그렇게 되면 노조의 영향도 제한적이 될 거고. 삼성도 (성과급 지급을 둘러싸고) 이번에 큰 소동(?)을 겪었기 때문에 핵심적인 기술을 제외하고는 자동화할 수 있는 다 자동화하겠죠. 노동도 바뀌고 삶의 형태도 바뀌는데 국가가 제일 먼저 해줘야 되는 건 기본적인 교육 시스템의 개혁입니다. 기후 위기도 중요하고 인구 절벽도 다 중요한데 우리가 한 단계 더 도약하고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을 뜯어고쳐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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