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가 쿠팡이 한국 정부로부터 차별받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하원 법사위는 1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경쟁 차단 : 미국인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이라는 제목으로 35쪽 분량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한국 정부가 쿠팡을 비롯한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있고, 이 같은 대우가 한미 무역합의 위반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보고서 내용 중 절반 이상은 쿠팡 문제를 다뤘다. 보고서에 반영된 증거 대다수가 쿠팡 측의 제출 자료와 일방적 증언이고, 한국 정부의 반론 등은 담기지 않아 균형성을 잃은 보고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미 의회가 특정 기업 사안을 통상 문제로 공식 제기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 정부의 대응이 소극적이란 점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내용의 진위를 떠나 미국 의회의 공식 기록으로 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워싱턴에서 대한민국을 향해 강슛을 날렸는데 우리 골대에는 골키퍼가 없다"며 범정부 대응체계를 즉각 가동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주장에는 사실 관계와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진즉 우리 입장을 설명했어야 했다. 그러나 미 의회의 공식 보고서가 공개될 때까지 정부는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했다. 국제 통상 분쟁에서 침묵은 상대방의 논리를 사실상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자국 기업에 대한 불이익을 통상 압박 카드로 활용해 온 사례가 적지 않다. 반도체와 자동차, 디지털 산업 등 양국이 협력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통상 마찰을 키우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쿠팡 사태는 디지털 규제 시대에는 국내 정책 하나도 언제든지 통상 분쟁으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정책과 통상 외교를 별개로 보는 안일한 인식으로는 국익을 지켜낼 수 없다. 더 이상 뒷북 대응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사실관계를 명확히 정리해 미 의회와 무역대표부(USTR) 등 관계 기관에 우리 입장을 적극 설명해야 한다. 사실과 다른 부분은 바로잡고, 이번 조치가 특정 기업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른 정당한 규제였음을 객관적 근거로 입증해 불필요한 통상 갈등을 막아야할 것이다.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