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중의원(하원에 해당) 의석의 10%에 달하는 45석을 한꺼번에 줄이는 파격적인 '의원 정수 감축법'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와 집권 자민당이 야당의 반대에 따른 의회 파행을 감수하면서도 이 법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하나다.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뼈를 깎는 몸집 줄이기에 나서겠다는 처절한 반성이자 국가 미래를 위한 결단인 것이다.
일본의 이같은 행보는 극단적 정쟁과 밥그릇 지키기에 매몰된 대한민국 국회에 준엄한 경종을 울린다. 지금 우리 국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300명에 달하는 의원들은 민생은 내팽개친 채 하루가 멀다 하고 당권 경쟁과 막말, 진영 싸움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한 표라도 더 얻으면 권력을 독식하는 선거제도 뒤에 숨어, 강성 팬덤의 목소리만 대변하며 상대를 악마화하는 '적대적 공생'에만 혈안이 돼 있다. 서민들은 고물가와 고환율, 경기 양극화로 피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데, 정작 여의도 정치는 국민의 불신을 먹고 자라는 거대한 괴물이 돼버렸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권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간 1억5000여만원의 세비는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며, 의원 한 명당 9명의 보좌진을 거느리며 매년 수억원의 혈세를 쓴다.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이라는 구시대적 방패 뒤에 숨어 비리를 저지르고도 응분의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혜 가짓수만 100여개를 넘는다. 국민 갈등을 오히려 부추기고 생산성은 제로에 가까운 국회가 특권과 스스로의 이익만큼은 기를 쓰고 사수하는 꼴이다.
매번 선거철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 정수 축소'와 '특권 폐지'를 단골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서랍 속에 처박아 두기 일쑤였다. 법을 바꾸는 주체가 기득권을 쥔 의원 자신들이다 보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었던 셈이다. 협치와 대화가 실종된 극단 정치의 고리를 끊어내고 국민의 신뢰를 한 줌이라도 되찾으려면, 국회 스스로가 구조조정의 칼을 들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비대한 몸집을 줄이는 것이다. 일본처럼 의석수를 과감히 감축해 의원 개개인의 책임성을 높이고, 방만한 정치 비용을 대폭 절감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불체포특권의 실질적 폐지, 구속 시 세비 박탈 등 눈높이에 맞지 않는 기득권도 전면 내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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