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진정으로 위험 낮아졌지만 고물가에 매파적 본색

트럼프 금리 압박엔 독립성 강조하며 선제 안내 폐지

비대해진 1경원 자산 점진적 축소와 금리 중심 기조

야구 1~2회 비유하며 AI 혁명 일자리 창출 낙관론 펼쳐

워시 연준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워시 연준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케빈 워시 의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국제무대에 나서 최근의 인플레이션 위험이 감소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물가가 높다는 점도 동시에 강조해 조기 금리 인상과 다소 거리를 두면서도 여지는 남겼다.

워시 의장은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유럽중앙은행(ECB) 주최로 열린 중앙은행 포럼 패널로 참석해 “최근 4주일 동안 기대 인플레가 낮아졌다”며 “인플레 위험도 낮아졌다”고 밝혔다. 미·이란 간 휴전 모드로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멈추고 안정화된 것이 물가 전망을 낮춘 주요 배경이다.

다만 그는 전쟁 당시의 유가 급등 여파를 단기적 수요 측면에서 관찰할 수 있다면서도 “그것이 ‘인플레적’인지 판단하는 건 중앙은행 몫이다. 실제로 그것이 광범위한 상품 전반으로 확산하는지”를 예시 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물가 억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워시 의장은 “주변을 둘러보면 물가가 너무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포럼에 참석한 다수의 중앙은행 총재들을 향해 “물가 안정을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다시 다짐한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도는 물가 상황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2%를 웃도는 인플레를 목표로 삼는 것에 만족할 것으로 생각했다면 아마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연준이 주시하는 5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유가 하락분이 반영되지 않아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하며 3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사회자가 관련 질문을 던지자 워시 의장은 “우리는 독립적인 중앙은행”이라며 “거기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가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의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며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 제도) 폐지 방침을 명확히 했다. ‘물가가 높다’는 발언이 금리 인상 신호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원칙을 깨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그렇게는 안 될 것”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어 “우리(FOMC 위원들)는 4주 후 만나 좋은 ‘가족 간 치열한 토론’을 하기를 바란다”며 “우리가 회의실에 들어가 문을 닫으면 좋은 토론을 하게 되겠지만, 지금 그 이상으로 말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고 통화정책에 대한 사전 예단을 경계했다.

비대해진 연준의 자산을 줄여야 한다는 소신도 드러냈다. 과거 양적완화로 인해 6조7000억달러(약 1경400조원)까지 늘어난 대차대조표를 두고 워시 의장은 “지금과 같은 거대한 대차대조표에 이르기까지 약 18년이 걸렸다. (양적완화가) 재정정책에 가까운 영역까지 와 있다”고 비판하며 “그것을 적정 규모로 줄이려면 18주보다는 훨씬 오래 걸릴 것”이라며 점진적 축소를 예고했다. 아량적완화 대신 금리 조절이 통화정책의 핵심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보며 “전체 국민에게 가장 공정하게 적용되는 정책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화두인 인공지능(AI)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AI의 급성장이 “우리의 정책 운영과 경제 전반에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라며 현재의 혁명 단계를 야구에 비유해 “1회나 2회 정도에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일자리 감소 우려를 두고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우버 운전사 같은 일자리 150만개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누가 알았겠나”라고 반문하며 AI 발전이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더 늘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워시 의장의 공식 데뷔 무대였던 이번 포럼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앤드루 베일리 영국 잉글랜드은행(BOE) 총재, 티프 매클럼 캐나다은행 총재 등 세계 금융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함께했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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