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사모펀드와 AI 칩 개발사가 손 잡아

시간단축 위해 기존업체 인수해 확장하는 전략

AI 인프라 병목, 원스톱으로 해결하겠다는 목표

AI, 칩 경쟁서 ‘전력·데이터센터 경쟁’으로 이동

엔비디아와 젠슨 황 CEO. 로이터 연합뉴스
엔비디아와 젠슨 황 CEO. 로이터 연합뉴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가속화된 글로벌 데이터센터 공급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KKR과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AI 반도체 선두주자 엔비디아가 손을 잡았다.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임원들의 발언을 인용해, KKR이 주도하고 엔비디아 등이 참여하는 AI 인프라 전문기업 ‘헬릭스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Helix Infrastructure Partners, 이하 헬릭스)가 빅테크 등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자)의 수요를 빠르게 충족하기 위해 기존 데이터센터 개발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글로벌 AI 시장은 이른바 ‘데이터센터 병목 현상(logjam)’으로 극심한 정체를 겪고 있다.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인프라를 확장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붓고 있으나 데이터센터 부지 확보, 전력 공급망 구축, 고속 네트워크 연결 등의 복잡한 인프라 조달 프로세스가 개별적으로 진행되면서 실제 가동까지 심각한 지연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헬릭스는 바로 이러한 인프라 병목을 원스톱으로 해결하겠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보도에 따르면, 헬릭스는 부지 매입과 전력망 연결 등 초기 단계부터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이른바 ‘그린필드’(초기 개발) 방식 대신, 맞춤형 데이터센터 시설을 설계·개발해 온 기존 유망 데이터센터 업체를 인수하는 전략을 택했다. 데이터센터를 처음부터 지으려면 부지 선정부터 환경 영향 평가, 특히 전력망 확보에 최소 수년이 걸린다.

이미 헬릭스 경영진은 인수 후보군으로 고려할 만한 미국 내 유망 데이터센터 기업들의 쇼트리스트를 작성해 정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공격적인 행보의 배경에는 헬릭스가 보유한 막강한 자금력과 강력한 전략적 동맹이 자리 잡고 있다. 헬릭스는 출범 당시 이미 100억달러(약 15조50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자본금을 확약받았다.

KKR의 방대한 제도권 자본과 인프라 전문 자산운용 역량에 더해, 중동의 거대 국부펀드인 쿠웨이트투자청(KIA), 그리고 세계적인 전력 생산 기업 비스트라(Vistra)가 핵심 투자자 및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AI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전략적 투자자로 직접 참여함으로써 기술적·운영적 경쟁력을 크게 강화했다.

경영진의 면면 또한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휘봉은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인 AWS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던 아담 셀립스키(Adam Selipsky)가 잡았다. 셀립스키 CEO는 과거 AWS에서 인프라 확장과 클라우드 컴퓨팅 대중화를 이끈 인물로, 물리적 인프라 공급이 컴퓨팅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때 발생하는 병목 현상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로 꼽힌다.

여기에 KKR의 글로벌 디지털 인프라 부문 총괄인 발데마르 슬레자크가 최고투자책임자(CIO)로 합류해 자금 집행과 인수합병(M&A)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헬릭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과거 부동산, 전력 수급, 네트워킹 계약을 각기 따로 진행하며 시간을 허비했던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전력 수급과 인프라 구축을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해 주는 통합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사들이 복잡성을 줄이고 대규모 AI 연산 용량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PEF 선두주자인 KKR의 막강한 자본력과 엔비디아의 칩 공급망 및 기술 영향력, 비스트라의 전력 솔루션이 결합한 만큼, 이번 M&A가 성사될 경우 AI 인프라 시장의 판도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요가 극도로 과열된 현재의 AI 시장에서 헬릭스가 추진하는 ‘기존 기업 인수를 통한 신속한 시장 진입’ 전략이 데이터센터 공급난을 해소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글로벌 테크 및 투자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헬릭스의 움직임은 현재 AI 패권 전쟁의 핵심 전선이 반도체 칩 확보경쟁을 넘어 ‘전력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보 경쟁’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KKR과 엔비디아의 동맹은 인프라 병목으로 다소 정체됐던 AI 하드웨어 및 클라우드 시장의 확장 속도를 다시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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