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공습받은 아프간 파크티아주. AP 연합뉴스
파키스탄 공습받은 아프간 파크티아주. AP 연합뉴스

최근 파키스탄군의 아프가니스탄 동부 공습으로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가 “반드시 보복하겠다”고 선언하며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자비울라 무자히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 대변인은 파키스탄의 공습으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36명이 숨지고 160여 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가장 큰 피해는 동부 파크티아주 참카니 지역에서 발생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주택가가 폭격을 받아 이 지역에서만 30명이 숨졌다고 설명했다. 현지 주민 마타 칸은 “모두 잠든 사이 전투기가 날아와 집을 공격했다”며 “어린이와 노인도 함께 희생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접한 파크티카주에서도 주택이 공격을 받아 6명이 추가로 숨졌으며, 희생자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였다고 탈레반 측은 주장했다.

반면 파키스탄군은 이번 공습이 민간인이 아닌 무장조직을 겨냥한 정밀 타격이었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 보안당국은 지난 28~29일 파크티아·파크티카·쿠나르주 일대에서 ‘자마트-울-아흐라르’(JuA)와 ‘핏나 알-카와리지’의 거점을 공격해 무장대원 29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JuA는 파키스탄 탈레반(TTP)의 분파 조직이며, 핏나 알-카와리지는 파키스탄 정부가 TTP 조직원들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파키스탄은 최근 자국 내에서 잇따라 발생한 테러 공격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번 공습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아프간 탈레반 정부는 이번 공격을 “비겁하고 잔혹한 침략 행위”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모하제르 파라히 정보문화부 차관은 성명을 통해“적절한 시기에 반드시 보복할 것”이라며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간인 피해 규모를 둘러싼 집계에는 차이가 있다. 유엔 아프가니스탄 지원단(UNAMA)은 현재까지 민간인 28명이 사망하고 49명이 부상한 것으로 확인했다면서도, 이는 잠정 집계로 사상자 수는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공습 이후 양국의 외교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은 각각 상대국에 주재한 대사 또는 대사대리를 소환해 항의했다.

지아 아흐마드 타칼 아프간 외교부 부대변인은 “파키스탄은 신뢰할 만한 증거도 없이 자국 내 보안 문제를 반복적으로 아프간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이는 양국 간 신뢰는 물론 지역 안보까지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반면 아타울라 타라르 파키스탄 정보부 장관은 “외국의 지원을 받는 테러 위협을 국내에서 반드시 근절하겠다”며 공습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양국의 갈등 배경에는 국경지대에서 활동하는 TTP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TTP는 파키스탄 정부 전복과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기반한 국가 수립을 목표로 하는 무장조직으로, 아프간 탈레반과는 별개 조직이지만 유사한 이념을 공유하며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키스탄은 TTP가 아프간 영토를 은신처로 활용해 국경을 넘나들며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해왔으며 아프간 탈레반 정부가 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반면 아프가니스탄은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해 10월과 지난 2~3월에도 국경 지역에서 무력 충돌을 벌인 바 있어, 이번 공습과 보복 선언으로 국경 분쟁이 다시 확전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사태는 파키스탄의 대(對)테러 전략과 아프간 탈레반의 주권 수호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한 사건이다. 민간인 피해가 현실화되면서 탈레반 정부가 보복을 공언한 만큼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은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TTP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법이 마련되지 않는 한 국경지대의 무력 충돌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규화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