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흠 前 국회입법조사처장
김어준, 유시민이 ‘코어 지지층 이탈’, ‘문까산점’, ‘증축·재건축’ 등을 써가며 이재명 정권이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고 공격한다. 물론 사실과 다르고 논리에도 맞지 않는 궤변들이다. 지지도가 급락했지만, 남아 있는 세력이 핵심 지지층, 코어 지지층이다. 40%대의 지지 세력이 있는 상태에서 핵심 지지층이 이탈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증축해야 할 정권이 재건축을 시도하고 있다는 유시민의 비판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이재명 정권은 문재인 정부를 계승한 정권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을 뒤엎고 집권했다.
선동하는 궤변들의 황당함에도 불구하고, 내분 자체가 여권의 위기를 말해준다. 지지율 급락과 더불어 지난 1년 동안 지지도를 끌어온 패권의 기세가 꺾인 상황이다. 내분 또한 미래 비전이나 민생과는 무관한 그들만의 권력투쟁이다. 향후 국민 지지도를 높일 변수들이 별로 떠오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내분 과정은 어쩌면 사이비 교주 같은 궤변론자들이 그동안 프로파간다 역할을 해왔던 민주당의 취약성을 스스로 폭로하고 있다.
여권 내부의 갈등 조짐은 이전에도 없지 않았지만, 지방선거 책임론을 두고 본격화됐다. 사실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서울시장 후보와 하정우 전 수석의 문제도 그렇지만, 여당 심판과 야당 결집의 분기점이 되었던 ‘공소취소 특검’ 추진, ‘스타벅스 사태’ 역풍 또한 대통령과 관련된 일이었다. 물론 차기 당권 전략과 전북 지역에 올인했던 정청래 전 대표의 책임도 적지 않았다. 어느 한쪽만 탓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선거 직후에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급락하고 정당 지지도가 급변하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선거 결과에 담긴 여권 심판의 민심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커졌다. 민주당과 청와대 모두 겸손과 낮은 자세를 말했다. 그러나 실질적 변화를 느낄만한 겸손한 태도의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민주당에서는 내란 잔재 청산, 검수완박 검찰개혁 같은 강경 기조를 들고 나왔다. 오만에 대한 심판이라며 받아들이겠다는 겸손을 말했는데, 여전히 심판자로 나서는 태도다.
민주당은 강경 기조를 앞세운 가운데, 보완수사권을 쟁점으로 삼았다. 민생과 무관한 그들만의 쟁점이었다. 보완수사권 도입 여부가 정권 내부의 사활을 걸 만한 개혁 의제였는지 의문이다. 지난 25일 김민석 전 총리는 보완수사권 폐지가 수사권 남용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일종의 징벌적 조치임을 고백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본격화했던 이른바 검찰 개혁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로 완결됐다고 했다. 이 작업을 주도한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국회 입법을 앞두고 법무부의 탈검찰화 등 행정적 개혁 조치는 완료했으니 남은 과제는 국회 입법이라고 했다. 그리고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하면서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입법이 이뤄졌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도 이제 관행의 개선만 남았다고 했다. 필자 또한 당시 국회방송과 KTV에서 검찰 개혁을 주제로 한 수차례의 토론을 진행하면서 너무나 상세하게 지켜봤던 사안이기도 하다.
이렇게 검찰 개혁을 완수했다고 하더니 조국 법무장관 후보의 위법 혐의가 쟁점이 되자 검수완박이라는 검찰개혁론이 추가로 나왔다. 그에 따른 조치도 이뤄졌다. 그런데 또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등장하자 다시 검찰 개혁을 화두로 삼았다. 검찰청 폐지, 공소청과 중수청의 설립 입법이 이뤄져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고, 보완수사권 도입 여부가 남은 쟁점으로 논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추가 검찰개혁론의 배경이 됐던 이 대통령 쪽이 오히려 보완수사의 여지를 남기는 반면, 정청래 전 대표 등이 보완수사권 도입을 불가역적인 수준으로 봉쇄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지지도 급락을 맞고 있는 대통령의 지지 반전 전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년 고공 지지도의 동력은 내란 프레임의 패권 기세와 주가 폭등의 효과, 그리고 박식해 보이는 대통령의 리더십이었다. 그러나 집권 2년차를 맞으며 이 세 요소 모두 효력이 다한 듯하다. 오히려 주식 시장에서 실패하거나 소외된 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부각될 수도 있다. 민생 효과가 없는 대통령의 다변은 일방적 훈시로 비치며 단점이 돼버릴 수 있다. 지지도가 떨어지면, 잠재화됐던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요즘 꺼내고 있는 포용 정치를 실제화시키는 반전의 방략을 고민하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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