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훈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
저출산·고령사회법 개정안
대한민국은 고령인구가 1000만명,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본격 진입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20년 안에 세계에서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를 넘어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 것인가’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생애 말기의 존엄성과 자기결정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삶의 품위 있는 마무리를 지원하는 것 역시 초고령사회가 반드시 갖춰야 할 중요한 돌봄의 한 축이다. 양적인 생명 연장을 넘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품격’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공동체의 성숙도를 가름하는 새로운 척도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여전히 꺼내기 조심스러운 주제이지만, 급속한 고령화의 파도 앞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품위 있는 삶의 마무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명의료 결정, 장례 방식, 치매에 대비한 임의후견, 상속과 유언 등 생의 마지막 과제들을 본인 스스로 미리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주체적인 준비와 가족 간 충분한 대화는 불필요한 비용과 분쟁을 줄일 뿐 아니라, 당사자의 뜻이 존중되는 마무리와 유가족의 평안한 이별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연명의료를 중단·유보하는 결정이 해마다 급증하고, 최근 10년간 상속분쟁 역시 5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삶의 마지막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더 이상 삶의 마무리 준비를 온전히 개인과 가족의 몫으로만 남겨둘 수는 없다. 이제는 국민이 주체적으로 생의 마지막을 결정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제도적 기반을 공고히 조성해야 한다. 우선 국민이 일정 연령에 이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유언장 작성, 임의후견 제도 등을 쉽게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촘촘한 안내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또한, 올해부터 시행된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와 맞물려 주민센터와 사회복지관, 의료기관, 건강검진기관 등 생활 속 가까운 곳에서 언제든 상담과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아울러 의사결정능력이 약해지는 고령기에 대비한 후견 및 의사결정지원 제도 역시 보다 체계적으로 정비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5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연명의료 중단, 호스피스·완화의료, 장기 등의 기증, 장례 및 장사의 방법, 유산 상속 및 기부, 임의후견인의 지정, 유언장 작성 등 죽음에 관한 사항을 당사자가 미리 결정하여 사전에 준비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제19조의2 신설)
국가는 이 법에 담긴 정책 영역에 대해 5년 단위의 기본계획과 연차별 추진 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기존의 법이 고령 정책으로 고령자의 고용, 소득보장, 건강증진 등 오직 ‘사는 과정’에만 집중해 왔다면,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사실상 공백 상태였던 ‘품위 있는 생애 마무리’를 국가의 핵심 과제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는 국가 돌봄을 전 생애주기로 확장하는 조치이자, 초고령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의미 있는 제도적 진전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생애 말기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토대가 확립되어 국민의 품위 있는 마무리를 도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겨진 유가족의 정신적·경제적 부담도 크게 경감될 것이다. 이는 국가가 단순히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국민의 존엄한 삶과 마무리까지 책임지는 고도화된 사회서비스 복지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죽음은 삶의 반대말이 아니다. 삶을 완성하는 마지막 과정이다.국가가 삶의 과정뿐 아니라 그 마무리까지 책임질 때, 대한민국은 초고령 사회에 걸맞은 진정한 복지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국민 여러분의 깊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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