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 기온 ‘키쿠카와’의 히츠마부시 정식. 정래연 기자
일본 교토 기온 ‘키쿠카와’의 히츠마부시 정식. 정래연 기자

일본 관서지방서 뭐먹지② 장어덮밥

매년 7월, 일본 열도는 장어 향으로 가득 찬다.

일본 전통력에서 ‘도요노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는 황소자리와 관련된 날로 연중 가장 더운 시기이다. 이 날에는 우리의 복날과 비슷하게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음식을 먹는다.

도요노우시노히의 ‘우(う)’로 시작하는 음식을 먹으면 더위를 타지않는다는 민간풍습이다. 초기에는 오이(우리), 우동, 매실장아찌(우메보시) 등이 그 대상이었다.

‘우나기(うなぎ, 장어)’가 보양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에도시대 중기로 추정된다. 에도 시대 중기의 한 학자 히라가 겐나이가 여름철 팔리지 않는 장어를 고민하던 가게 주인에게 “오늘은 도요노우시노히”라는 문구를 내걸도록 제안했다. 이를 계기로 장어 가게가 크게 번성하면서 다른 가게들도 앞다퉈 따라 했다는 이야기다.

무더위에 지친 몸을 회복하기 위해 장어를 먹던 관습이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 잡으며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똑같은 장어라도 지역따라 다르게

일본에서 장어 요리는 지역에 따라 손질법부터 조리 방식까지 뚜렷하게 갈린다.

관동(도쿄) 지방에서는 장어의 등을 갈라 손질한 뒤, 꼬챙이에 끼워 한 차례 구운 다음 쪄내는 과정을 거친다. 그 후 양념을 발라 다시 구워내어 속까지 부드러운 식감이 완성된다.

반면 관서(교토·오사카) 지방에서는 배를 갈라 찌는 과정 없이 곧바로 양념을 발라 직화로 굽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보다 풍부한 식감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손질 하나의 차이가 전혀 다른 한 접시를 만들어낸다.

히츠마부시를 두 번째로 즐기는 방법인 고명을 얹은 모습. 정래연 기자
히츠마부시를 두 번째로 즐기는 방법인 고명을 얹은 모습. 정래연 기자

나고야에서 태어나 관서에서 사랑받는 ‘히츠마부시’

관서지방 사람들이 장어를 즐겨먹는 방식인 히츠마부시(ひつまぶし)는 사실 나고야를 대표하는 향토 음식이다.

이 요리의 핵심은 조리법에 있다. 달콤 짭조름한 양념을 발라 구워내는 가바야키(蒲焼き) 방식으로 익힌 장어를 잘게 썰어 밥 위에 얹는 것이 히츠마부시의 기본 형태다. 일반적으로는 조리 후 남은 장어 조각을 활용해 한 끼 식사를 만들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름은 요리를 담아내는 작은 나무 밥통에서 비롯됐다. ‘오히츠(おひつ)’라 불리는 작은 나무 밥통에 음식을 담아 내는 데서 ‘히츠마부시’라는 명칭이 붙었다. 장어덮밥과 함께 제공된 작은 나무 주걱 샤모지(しゃもじ)를 사용해 개인 그릇에 음식을 덜어 먹는다.

키쿠카와의 메뉴판에 히츠마부시 정식을 즐기는 방법이 소개 돼 있다. 정래연 기자
키쿠카와의 메뉴판에 히츠마부시 정식을 즐기는 방법이 소개 돼 있다. 정래연 기자

그냥, 섞어, 말아… 먹는 방식따라 즐긴다

히츠마부시의 진짜 매력은 먹는 방식에 있다. 한 그릇을 세 단계로 나눠 단계마다 다른 맛으로 즐기는 것이다.

첫 번째는 ‘그냥’ 먹는다. 아무것도 더하지 않고 장어와 밥 본연의 맛을 온전히 느끼는 단계다. 두 번째는 ‘섞어’ 먹는다. 와사비, 잘게 썬 파, 김 등의 고명을 얹어 풍미를 즐긴다. 세 번째는 ‘말아’ 먹는다. 고명을 올린 상태에서 따뜻한 다시 육수나 녹차를 부어 오차즈케(お茶漬け) 형태로 부드럽게 즐긴다.

그 이후에는 앞선 세 가지 방식 중 가장 입맛에 맞았던 방법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세 번째 오차츠케 방식으로 입안을 깔끔하게 정돈할 수 있어 마지막 방식으로 오차츠케를 추천한다.

히츠마부시를 즐기는 세 번째 방식. 오차즈케 형태로 찻물을 덮밥에 넣어 말아 먹었다. 정래연 기자
히츠마부시를 즐기는 세 번째 방식. 오차즈케 형태로 찻물을 덮밥에 넣어 말아 먹었다. 정래연 기자

취향따라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한 그릇 안에서 세 번의 다른 맛으로 담아냈다. 히츠마부시는 먹는 행위를 하나의 의식으로 만든 일본의 장어덮밥 문화 중 하나다.

무더위와 함께 복날이 다가오고 있다. 삼계탕을 즐기기 전 장어로 몸보신 해보는 것은 어떨까?

정래연 기자(fodus020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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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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