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연합뉴스 자료 사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연합뉴스 자료 사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매도 유예 조치가 6월말로 종료되면서 다음 달부터 최대 60조원에 달하는 매물 폭탄이 우리 증시를 덮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급등하며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비중이 실질적 허용 상단인 28.8%를 넘어 30% 안팎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투자자산 배분 원칙에 따른 기계적 매도가 불가피한 상황이라지만, 시장이 맞닥뜨린 이번 충격은 사실상 연금 당국이 정권의 입맛과 표심을 맞추느라 자초한 '인재'(人災)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당초 국민연금은 작년 5월 의결한 2026년 기금운용계획에서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4%로 설정했으나, 올해 초 목표비중을 14.9%로 상향하고 지난달엔 재차 최고 28.8%까지 확대했다.

원래 국민연금은 올해초 이미 국내 주식 비중을 줄였어야 했다. 하지만 당국은 선거를 앞두고 개인 투자자들의 표심 이반을 의식해 국내 주식 허용 한도를 무리하게 상향하고 매도 조치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조치를 취했다. 국민 노후자금 운용의 철칙인 '자산 배분 원칙'보다 정치적 득실을 우선시한 결과가 결국 60조원이라는 매물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정치 논리로 시장을 억누르고 타이밍을 왜곡하면 언젠가 더 큰 대가를 치른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 운용 구조가 정치적 입김과 관치(官治)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수장은 자본시장 전문가가 아닌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위원회 구성 역시 정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관료와 가입자 대표들로 채워져 있다. 이런 구조는 국민연금이 오직 '국민 노후 자금의 안정적 운용과 수익률 극대화'라는 본연의 목적 대신, 정권의 지지율 관리나 민간 기업 지배구조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국민연금이 시장의 시한폭탄이 아닌 든든한 버팀목이 되려면 이제라도 정치와 관치의 사슬을 끊어내고 확고한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한은 금통위 수준의 철저한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는 지배구조 개편이 시급하다. 기금운용위원회를 독립적 국가 기금위원회로 격상시켜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민의 노후 자금을 쌈짓돈처럼 여기고 증시 방어나 환율 방어용 가림막으로 쓰는 구태가 계속되면 반드시 후유증을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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