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노조법 시행 100일 노동부·중노위 통계 내
하청노조 총 1161곳서 원청 439곳에 교섭요구
노동위 판단 원청 113곳중 103곳 사용자 인정
창구단일화 절차중 54곳…본교섭 진행중 10곳
민노총 “본교섭 10곳뿐, 정부 행정지침 걸림돌”
“정부가 공공부문 하청노동자 원청교섭권 박탈”
한노총도 “제도 성패는 ‘건수’ 아닌 실질교섭권”
창구단일화 폐지, 기업별교섭 방식 탈피등 요구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100일 간 하청노조 총 1161곳 근로자 약 16만4000명이 원청 439곳에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양대노총에선 “본교섭 절차에 들어간 곳은 단 10곳에 불과하다”며 이재명 정부 고용노동부에서 마련한 시행령 등 개정을 요구했다.
22일 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따르면 노동위가 판단을 마친 원청기업 113곳(절차 진행 141곳) 중 103곳(91.2%)이 사용자성 인정됐다. 교섭창구단일화 절차까지 이행 중인 사례는 54곳으로 절반 정도다. 노동위 판단으로 하청업체 노조 교섭 의무를 될 가능성이 9할을 넘는 셈이다. 그러나 본교섭 개시에 시일이 걸리자 정부에 “명백한 권한남용”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 “1161개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했는데 본교섭에 들어간 노조가 10개밖에 안 된단 건 개정 노조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단 방증”이라며 “노동부가 시행령·해석지침·매뉴얼을 만들면서 현장 노동자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결과”라고 했다.
이어 “노동부는 ‘원청단위 초(超)기업 교섭에 창구 단일화를 강제하면 교섭 절차가 복잡해지고 현장 혼란이 심각해질 것’이란 민주노총 우려를 외면한 채 ‘교섭단위 분리 제도를 활용하면 노조 간 갈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했으나, 노동위가 교섭단위 분리를 보수적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노노(勞勞)갈등이 격화한다고 짚는 한편 “해석지침은 더욱 심각하다. 정부가 자의적으로 공공부문 사용자성 기준을 만들어 사실상 공공부문 하청노동자의 원청 교섭권을 박탈하고 있다. 모범 사용자가 돼야할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오히려 사용자성을 부인하며 교섭에 불응한다”고도 했다.
민노총은 “현재 공공부문 하청노동자들은 지자체 등에 교섭을 요구했음에도 응하는 곳이 없고, 해석지침 때문에 노동위 절차에 들어가는 것조차 망설인다”며 “실제 교섭이 이뤄지는 곳은 한두 곳에 불과하다. 행정지침이 노조법 작동에 걸림돌이 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형국”이라고 했다.
또한 “정부 대응도 ‘현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지방 관서 중심으로 애로사항에 대응’한다는 게 전부다. ‘일 잘하는 정부’를 자임하면서 내놓은 대책치고 너무 안이하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정부가 법령에서 위임하지도 않은 초기업교섭 창구단일화 절차를 만들고, 공공부문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이중잣대를 내세워 개정 노조법을 제한하는 건 명백한 권한남용”이라며 “노조법이 현장에서 실질적 작동할 수 있도록 시행령과 해석지침을 전면 재검토하고 즉각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 “노동부가 개정 노조법 시행 100일을 맞아 ‘교섭 쓰나미와 쪼개기 교섭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았고 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며 “교섭창구단일화를 마치고 교섭 실무협의 중인 곳은 51곳에 불과하며, 본교섭 절차에 들어간 곳은 10곳에 불과한 현실은 현장 노동자들의 교섭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있다고 평가하기에 여전히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노동부는 이날 개정 노조법 시행 100일 계기 발표자료에서 “교섭요구는 시행 첫달(3월 10~31일) 원청 363곳을 대상으로 교섭요구가 집중적으로 제기된 이후 4월 42곳, 5월 23곳이 추가되는데 그치는 등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며 “1개 원청 사업장당 교섭요구는 평균 2.6건(평균 조합원 수 375명) 수준으로, 일각에서 제기한 ‘교섭 쓰나미’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입법 전 경영계의 우려를 반박했다.
한노총은 “제도의 성패는 교섭요구 건수나 교섭단위 분리 건수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실질적 교섭권 행사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지로 평가해야 한다”며 “정부는 절차가 정상적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할 것이 아니라, 왜 현장에서 실질적 교섭이 활성화되지 못하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또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더욱 명확히 하는 등 제도 운영 전반을 보완해야 한다며 “사용자성 판단 절차와 교섭창구단일화 제도 역시 개선해야 한다. ‘원·하청 교섭’이란 새로운 현실을 기존 ‘기업별 교섭’체계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는 노동자들의 교섭권을 온전히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노총은 “개정 노조법 취지는 원청이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노동조건에 대해 책임 있는 교섭에 나서도록 함으로써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실질적 보장하는 것”이라며 “노동자 교섭권이 불필요하게 지연되지 않도록 창구단일화 폐지와 새로운 교섭체계 구축에 대한 논의에 즉각 나서라”고 요구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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