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욱 한국연구재단 양자기술단장
양자역학은 첨단 공학기술과의 만남을 통해 고도의 연산 능력을 갖춘 집적화된 컴퓨팅 시스템으로 발전되고 있으며, 고성능 컴퓨팅(HPC) 자원과 결합되어 하이브리드 컴퓨팅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양자기술 개발과 혁신 자체가 곧 양자 기업과 산업 성장으로 연결되며, 과학기술과 산업이 매우 큰 영역에서 중첩되어 시너지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양자기술과 양자산업에 대한 인식도 연구 개발자 및 기술 공급자 중심에서 기술 수요자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한국의 글로벌 양자기술 핵심 공급망 진입과 미래 첨단 제조산업 육성을 위한 하드웨어 개발과 더불어 양자컴퓨터의 활용 영역에 대한 선제적이고 과감한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양자컴퓨팅 하드웨어 기술 개발 속도를 감안하면, 슈퍼컴퓨터의 가속기(Accelerator)로서 양자컴퓨터가 과학기술과 산업 문제 해결에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시기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으로 예측된다.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과학기술과 산업 난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 도전과 실패의 경험들을 축적해 나가야 할 정확한 시점이며, 이를 통해 양자 소프트웨어·알고리즘 및 활용 분야에서 한국은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양자컴퓨터 활용을 위한 인적 자원과 연구개발 역량의 선제적 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양자과학기술 분야에 국한된 인적 자원으로는 산업 및 과학기술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알고리즘 개발과 속도감 있는 실질적 활용 사례(Use Case) 창출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양자기술은 특정 과학의 영역이 아닌 과학기술과 산업 전체를 관통하는 광범위하고 영향력이 큰 기술로다양한 분야의 인재 참여와 융합연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공지능(AI)과 계산과학, 컴퓨터과학 등에서 활약하는 많은 연구자들의 양자기술 분야로의 유입과 다양한 학문·산업 도메인 전문가들과의 적극적 협업이 한국의 양자기술 경쟁력 강화에 있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국가 과학기술 인프라로서 HPC(고성능 컴퓨팅)-양자컴퓨터 활용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구축하고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양자컴퓨터는 큐비트 규모의 확장, 오류정정 기술의 발전, 시스템 집적화를 통한 스케일업 등의 기술 발전을 거쳐 범용 컴퓨팅으로 진화하기 이전 단계에서, 슈퍼컴퓨터 등 HPC 자원과 결합된 하이브리드 컴퓨팅 형태로 활용될 것이다. 전 세계 성능 상위 500위 내의 슈퍼컴퓨터 중 한국은 2025년 기준 15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공공 연구개발용으로 사실상 서비스 되는 슈퍼컴퓨터는 국가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슈퍼컴퓨터, AI, 양자컴퓨터는 국가 핵심 과학기술 인프라(컴퓨팅) 3대 자원으로 통합적으로 검토되고 활용성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합과 운용이 필요하다. 데이터·계산 인프라 자원의 기술 성숙도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적 활용 시점 등을 기술 수요자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략 로드맵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향후 5년 내 우리나라에 구축될 양자컴퓨팅 자원을 HPC 인프라와 결합하고, AI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과학기술과 산업 분야의 혁신적 도전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연구과제중심제도(PBS) 폐지 등 국가 연구개발 체계 개편과 함께 국가적 연구개발 역량과 자원 결집을 추진하는 현 시점에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컴퓨팅 역량 확보와 강화가 미래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에 중요한 어젠다이자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가적 미션을 수행하는
출연연을 포함한 과학기술과 산업 도메인을 대표하는 핵심 기관들은 연구인력 자원을 포함한 양자컴퓨팅과 HPC 인프라 자원을 각 기관의 미션에 부합하게 단계적·점진적으로 확보하고 활용 능력을 보유함으로써 고유의 도메인 영역에서의 국가 과학기술 혁신 거점(Hub)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자기술 발전과 산업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글로벌 동향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실체적 이해를 기반으로 우리나라가 10년 이상 선도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투자에 실기하지 않는 의사결정이 중요할 것이다. Post-AI로서 양자기술은 과학기술과 미래 산업의 새로운 경쟁 질서로의 재편을 유도할 수 있으며, 우리에게 여전히 기회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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