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종가기준 9천피 돌파
소외불안·고점공포 심리 동시에
AI 수요 유효하나 변동성은 여전
비반도체·코스닥 ‘찬밥신세’ 여전
코스피가 18일 마침내 9000선을 돌파하며 새 이정표를 세웠다. 올해 들어 지수가 두 배 이상 뛰면서 시장에서는 ‘1만피’(코스피 10000포인트)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상승세가 반도체 업종에 집중되면서 시장의 구조적 불안 요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연일 강세를 보이자 개인투자자들은 “지금이라도 더 사야 하느냐”는 ‘포모’(FOMO·소외 불안) 심리와 “털어야 할 때가 아니냐”는 ‘포포’(FOPO·고점 공포) 심리가 동시에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수혜 기대가 여전히 유효하지만 특정 업종 쏠림이 심화될 경우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25% 오른 9063.84로 장을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는 지난해 10월 4000선 돌파를 시작으로 불과 8개월여 만에 9000선 고지에 올라섰다. 5000선 돌파까지 3개월이 걸렸지만 이후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6000선까지는 18거래일, 7000선에서 8000선까지는 7거래일, 8000선에서 9000선까지는 22거래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연초 이후 코스피 상승률은 110%를 웃돌며 글로벌 주요 증시를 통틀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 상승률이 각각 11.96%, 8.39%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코스피 상승세의 일등 공신은 AI 확산에 따른 업황 개선 기대를 받는 반도체주다. 연방준비제도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시장의 예상보다 매파적인 입장을 내놨음에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강세 흐름이 이어졌다.
코스피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전 거래일 대비 4.61%, 6.51% 오른 36만2500원, 268만5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올 들어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률도 기록적인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연초 이후 300%를 웃도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고, 삼성전자 역시 200%를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삼전닉스의 강세는 코스피 상승세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다. 특히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지수 전반을 밀어올리는 힘이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 투자자도 주가 상승에 한몫했다. 개인은 올들어 전 거래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73조원을 순매수했다. 반도체 호황에 대한 기대감과 정부의 자본시장 정상화 정책에 힘입어 자금이 유입된 결과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121조원을 순매도했지만, 개인과 기관이 각각 순매수에 나서며 증시를 떠받쳤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1만선 돌파를 기정사실화하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코스피가 최대 1만40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하나증권은 1만380, KB증권은 1만500을 제시했다. DB증권은 1만1700, 대신증권은 1만1500까지도 가능하다고 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중에서는 JP모건과 모건스탠리가 강세장 시나리오에서 1만피 달성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AI 서버용 D램의 경우 전체 거래의 70% 가까이가 장기 계약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며 “비반도체 업종 역시 상법 개정 시행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 강화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적에 기반한 밸류에이션 정상화 흐름이 이어지며 코스피의 상승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시 안팎에서는 이 같은 상승장이 반도체 업종 쏠림에 기반한 ‘착시 효과’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투톱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해당 종목의 흐름에 따라 시장 전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 코스피가 사상 첫 9000선을 돌파하는 강세를 이어가자, 비반도체 업종과 코스닥 시장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수급 쏠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향후 반도체 업황이 둔화될 경우 지수 전반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은 역대급으로, ‘공포지수’(코스피2000변동성 지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및 코로나19 국면을 웃돌았다”며 “5월 이후 조정을 보였던 업종 중 IT가전, 전력기기, 조선 등 비중을 늘려 반도체 쏠림으로 인해 높아진 변동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pjw1978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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