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배민라이더스 센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의 한 배민라이더스 센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동의의결(자진 시정)’ 신청을 기각했다. 두 플랫폼 기업이 법적 처벌을 면하는 대신 내놓은 36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상생 지원책이 퇴짜 맞고 공중분해된 것이다. 공정위는 배민과 쿠팡이츠의 제안이 경쟁 질서를 회복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당장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골목상권 자영업자들의 절박한 현실을 외면한 경직된 교조주의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기각 결정으로 현장의 소상공인들은 깊은 탄식을 쏟아내고 있다. 배민이 제시한 3000억원과 쿠팡이츠의 600억원은 매달 수백만원의 배달 수수료와 광고비 폭탄에 시달리는 영세 업주들에 중개 수수료 부담을 낮추고 배달비를 줄일 수 있는 ‘단비’ 같은 재원이었다. 한 그릇을 팔아도 플랫폼이 가져가는 중개 수수료에 배달비, 그리고 상단 노출을 위한 깃발 광고비까지 떼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밤새 가게를 지키는 자영업자들의 눈물을 공정위는 전혀 모르는 듯하다.

동의의결 제도의 본질은 지루한 법적 공방을 피하고 피해자를 신속하게 구제하자는 데 있다. 공정위의 동의의결 기각으로 배민과 쿠팡이츠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사건은 최종 결론까지 최소 2~3년, 길게는 5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까지 소상공인들은 아무런 피해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정위는 무조건적인 기각 대신, 부족한 점을 보완하라고 명령하며 민생에 실질적 도움이 될 타협점을 유도해야 마땅했다. 당장 이번 달 임대료와 인건비, 재료비 압박에 내몰려 가게 문을 닫아야 할지 고민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수년 뒤에나 나올 법적 단죄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소상공인들에 앞으로 남은 시나리오는 암울하다. 공정위가 조만간 전원회의를 열어 수천억 원대 과징금 폭탄을 투하하더라도 이는 전액 국고로 귀속될 뿐, 고사 직전인 자영업자 주머니에는 단돈 1원도 들어가지 않는다. 게다가 플랫폼 기업들이 대형 로펌을 앞세워 행정소송으로 맞선다면 플랫폼의 ‘최혜 대우 강요’나 ‘자사 우대’에 묶여 꼼짝없이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영세 상인들은 법의 처분을 구경만 하다가 고사할 처지다. 물론 독과점 플랫폼의 갑질과 ‘꼼수 상생안’을 엄단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벼랑 끝에 선 민생 현장에서는 ‘정의로운 판결’보다 ‘당장의 생존’이 더 시급하다. 공정위의 칼날이 원리주의에 사로잡혀 거칠게 휘둘러질 때 그 파편은 고스란히 약자들에게 돌아간다. 공정위는 이번 기각이 초래할 민생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답해야 한다. 소상공인연합회 등 5개 관련단체는 이날 “깊은 우려와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재심의를 촉구했다. ‘3600억 상생안’을 날린 공정위의 귀에는 이들 소상공인의 호소가 들리지 않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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