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치기현 야이타시에서 곰의 주거지역 침입을 가정한 긴급 대응 훈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도치기현 야이타시에서 곰의 주거지역 침입을 가정한 긴급 대응 훈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에서 곰이 주택가 등 사람들의 생활공간 한복판까지 내려와 주민을 공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6시쯤 이시카와현 고마쓰시의 한 주택가 인근에서 산책 중이던 80대 남성이 곰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 남성은 머리와 얼굴 등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시 당국은 주민과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반경 2㎞ 이내에 있는 초·중학교 2곳의 체육 등 모든 야외 수업을 전격 취소했습니다. 현지 경찰과 지자체는 기동 순찰을 강화하며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앞서 오전 4시40분쯤에는 나라현 시모키타야마무라의 한 마을에서 60대 남성이 곰에게 물려 머리와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이 남성이 주택 부지 내에 있는 실외 화장실에서 나오던 중 몸길이 1m가 넘는 곰과 갑자기 맞닥뜨리면서 화를 당했다고 전했습니다. 남성은 얼굴 등에 피를 흘린 채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습니다. 신고를 받은 마을 공무원과 지역 수렵인 단체가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으나 포획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지난 주에는 도치기현 우쓰노미야시 도심 중심가에서 곰이 출몰해 주민들이 공포에 떨었습니다. 우쓰노미야 시내 공립 초·중학교 94곳에는 이틀간 휴교령이 발령됐고, 이 지역에 있는 대학교 한 곳도 이날 하루 출입이 제한되기도 했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소방 당국과 시 관계자, 곰 사냥꾼이 마취총을 쏴 곰을 포획했습니다. 당국은 포획된 곰 외에 또 다른 곰이 있을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수색을 이어갈 방침입니다. 지난 2일에도 후쿠시마현의 한 제철소 직원이 곰에게 물렸습니다. 이 남성은 공장 입구로 나가려는 순간, 곰을 발견하고 급히 방향을 바꿔 공장 안으로 피했지만 곰은 남성을 향해 돌진해 덮쳐 쓰러뜨린 후 물었습니다.

일본 환경성 통계에 따르면 2025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곰 습격으로 숨지거나 다친 사람은 2380명입니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사망자도 13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곰이 사람을 해치하는 사고가 빈발하자 일본 각 지자체와 기업들은 전통적인 포획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첨단기술을 활용한 대응책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도치기현의 한 드론 시스템 개발사는 최근 곰 탐지 기능을 갖춘 드론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습니다. 드론이 기본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물체는 사람, 차, 선박에 한정되는데 이 회사는 곰 이미지를 수만 장 학습시킨 뒤 곰을 감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낸 것이죠. 곰에 강한 빛을 비추거나 제트기가 비행할 때 나는 수준인 129데시벨급 소음을 발생시켜 곰을 퇴치할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곰 출몰 증가의 원인으로 여러 요인을 꼽습니다. 우선 개체 수 증가입니다. 일본은 수십 년 동안 야생동물 보호 정책을 강화해 왔고, 그 결과 곰 개체 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고령화와 지방 소멸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농촌 인구가 감소하면서 방치된 농경지와 빈집이 늘어났고, 이 공간들이 곰의 새로운 이동 통로가 됐다는 것이죠. 기후변화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입니다. 온난화 영향으로 도토리 등 산림 먹이 자원의 생산량이 불규칙해지고, 곰의 겨울잠 패턴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먹이를 찾아 더 멀리 이동하는 곰이 늘면서 주택가와 상점가 등 생활권 침입이 잦아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일본에서 곰은 더 이상 깊은 산속의 야생동물이 아닙니다. 인간 생활권까지 파고든 곰은 일본 사회의 새로운 안전 위협이 됐습니다. 곰 출몰은 앞으로 더 빈번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인공지능(AI)과 드론 같은 첨단 기술이 곰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근본적 해법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곰 습격 사고는 인간과 자연이 어떤 방식으로 공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박영서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