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연합뉴스

스페이스X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초대형주가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적 수요가 몰리는 ‘밈 주식’ 성격을 띠고 있다는 외신 지적이 나왔다. 기업의 실적이나 밸류에이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주가 급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옵션 거래와 레버리지 상품이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18일(현지시간) ‘왜 스페이스X와 삼성, SK하이닉스는 밈 주식이 되고 있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들 종목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주의를 당부했다.

슐리 렌 블룸버그 아시아 시장 담당 칼럼니스트는 과거 코로나19 국면에서 게임스톱과 AMC 등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번졌던 밈 주식 열풍이 이제는 조 단위 규모의 대형 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렌 칼럼니스트는 스페이스X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공통점으로 전통적인 기업가치 평가 방식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주가 흐름을 꼽았다. 스페이스X의 경우 현재 주가가 실적이나 주가수익비율(PER)보다 일론 머스크가 제시하는 미래 비전과 기대감에 더 크게 좌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자들이 과거 테슬라 초기 투자자처럼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이른바 ‘머스크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언급됐다. 렌 칼럼니스트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업황 주기가 짧은 만큼 시장 심리 변화에 따라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봤다.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와 메모리 가격 상승 기대가 주가를 밀어 올리고 있지만, 투자심리가 빠르게 식을 경우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취지다.

블룸버그는 최근 이들 종목의 급등 배경 중 하나로 ‘감마 스퀴즈’를 지목했다. 감마 스퀴즈는 투자자의 콜옵션 매수가 늘어나면 옵션을 판매한 금융기관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실제 주식을 사들이고, 이 과정에서 주가 상승이 다시 강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스페이스X 관련 옵션 시장에서는 거래 첫날부터 대규모 콜옵션 매수가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유통 주식 비중이 낮은 구조에서는 작은 매매 변화도 주가를 크게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해당 상품은 매일 기초자산 수익률의 일정 배수를 추종하기 위해 리밸런싱을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증권사의 헤지 거래가 발생한다. 블룸버그는 이런 구조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압력을 키워 주가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봤다.

SK하이닉스 거래량의 상당 부분이 파생상품 관련 헤지 물량이라는 분석도 제시됐다. 주가 상승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과 옵션 거래가 맞물리면 수급이 한 방향으로 쏠리고, 이 과정에서 주가가 기업 펀더멘털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렌 칼럼니스트는 이번 현상이 2021년 게임스톱 사태와 다른 점으로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꼽았다. 당시에는 개인 투자자 커뮤니티가 주가 급등을 주도했다면, 이번에는 일부 금융사와 애널리스트들이 스페이스X의 장기 성장성이나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강조하면서 투자자 기대를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투자자들이 다른 사람의 성공을 뒤쫓다 뒤늦게 고점에 올라타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시에 거대한 유동성 흐름에 무리하게 맞서기보다, 해당 종목과 상품에 내재한 변동성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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