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정상회의 행사서 “AI가 일자리 빼앗지 않는다”
“우주산업·자원개발·환경복원 등 할일 매우 많아”
AI효율화로 3만명을 감원한 창업자가 할 소리인가
AI 전환 과정서 발생하는 실업, 너무 안이하게 봐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는다. 오히려 노동력 부족을 초래할 것이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G7 정상회의 부대 행사로 열린 비바테크(VivaTech) 회의에서 제프 베이조스(사진) 아마존 창립자가 한 말이다.
그는 “AI가 인간을 쓸모없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AI가 기술적·물리적 제약을 제거해 새로운 시장과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주산업과 자원개발, 환경복원 등 인류가 해야 할 일이 무한히 존재한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미래를 낙관했다. 역사적으로도 증기기관, 전기, 인터넷 등 혁신기술은 기존 직업을 없애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장기적으로 볼 때 AI 역시 새로운 직업군을 탄생시킬 가능성이 있다.
베이조스의 발언이 알려지자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상에 논란이 이어졌다.
문제는 발언의 주체가 바로 제프 베이조스라는 점이다. 베이조스의 말은 물론 지금 AI가 고용을 늘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미래 어느 시점에 노동력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용에서는 시점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가 창업한 아마존은 지난해부터 AI를 활용해 인력을 줄이고 있다. 이미 약 3만명을 감원했다. 회사 측은 조직 효율화와 AI 기반 업무 전환을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앤디 제시 최고경영자(CEO) 역시 AI 자동화가 일부 사무직 일자리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베이조스의 주장에는 시간의 간극이 존재한다. 그는 먼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노동자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지금 당장’이다.
AI가 장기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과 AI가 단기적으로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는 사실은 양립할 수 있다. 하지만 베이조스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후자의 문제를 사실상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기업들이 AI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동력 부족’이 아니라 ‘인건비 절감’이다. 기업들은 고객서비스, 문서작성, 데이터분석, 프로그래밍, 물류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를 활용해 기존 인력을 대체하거나 감축하고 있다. 월가가 AI 기업에 천문학적 가치를 부여하는 이유도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효과 때문이다.
만약 AI가 실제로 노동력 부족을 초래할 것이라면 기업들은 사람을 더 채용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수많은 기업이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한다”는 목표 아래 AI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아마존은 AI 자동화의 대표적인 수혜 기업이다. 물류창고에서는 로봇이 인간의 작업을 대체하고 있고, 사무직 영역에서도 생성형 AI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베이조스는 아마 경제 전체를 바라보며 한 말일 것이다. AI로 생산성이 급증하면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노동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산업혁명 당시에도 기계가 노동자를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직업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다. 산업혁명은 수십년에 걸쳐 진행됐다. 노동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새로운 산업으로 이동할 시간이 있었다. 반면 AI 혁명의 속도는 훨씬 빠르다. 기업들은 몇 개월 단위로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고 있다. 특정 직군은 순식간에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문제의 핵심은 장기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느냐가 아니다.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일자리와 새로 생기는 일자리 사이의 시간차를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오늘 해고된 직원에게 10년 뒤 우주산업에서 생길 일자리는 위안이 되지 못한다. 베이조스가 진정으로 AI 낙관론을 설득력 있게 말하고 싶다면, 노동력 부족이라는 먼 미래의 청사진보다 AI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과 소득 감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먼저 설명해야 한다.
베이조스의 발언이 비판받는 이유는 AI의 미래 전망이 틀려서가 아니다. AI가 노동력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그의 예측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수만명의 노동자가 AI 효율화라는 이름 아래 일자리를 잃고 있는 현실에서 지나치게 먼 미래만 바라본 한가한 이야기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AI 자동화를 통해 3만명을 감원한 기업의 창업자가 “AI는 일자리를 빼앗지 않는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그가 실성했거나 세상을 조롱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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