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 등 4개 단체 회견

‘신안 사례 닮은꼴’ 영광 염전주 등 3명 구속에

“장애노동자 감금폭행·임금체불, 참담한 민낯”

美 “강제노동” 태평염전 천일염 禁輸상황 거론

통합특별시에 “노동단체 참여 거버넌스 만들라”

“염전·양식장·축사 노동자 모두 실태 조사를”

영암 돼지농장 이주노동자 괴롭힘 사망도 상기

전라남도 영광군 소재 염전 업주 3명이 구속되며 ‘염전노예’ 논란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광주전남 지역 노동인권단체 등이 “이번 사태를 일부 사업주의 일탈로 치부하지 말라”며 강력 대책을 촉구했다.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 4개 단체 시민단체는 18일 첫 전남광주특별시장 당선인 인수위원회가 위치한 나주 빛가람복합문화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광 염전에서 벌어진 장애인 노동자 감금·폭행과 임금 체불 사건은 우리 사회 인권 수준의 참담한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노동단체가 참여하는 노동권 증진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자료사진. 지난 2025년 4월 7일 오전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에서 작업자가 염전을 들여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자료사진. 지난 2025년 4월 7일 오전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에서 작업자가 염전을 들여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 단체는 “영광 염전에서 노동착취를 당한 피해자 중 1명은 의사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가족과 단절되거나 사회 안전망 밖에 놓인 노동자들이 착취 현장으로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 (2014년) 신안 염전 사건 이후 전남도가 매년 고용실태 전수조사를 벌였지만 ‘착취는 없었다’는 형식적인 결과만 반복했다”며 “행정기관의 형식적인 조사만으로 한계가 명확하다”고 짚었다.

천일 수출 난항도 거론했다. 단체들은 “반복되는 염전 잔혹사로 인해 급기야 지난해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이 전남 지역 천일염 수입을 중단하는 무역 제재까지 단행했다”고 했다. 2021년에도 다시 불거진 염전 강제노동 여파로 CBP는 지난해 4월 3일 “강제노동 사용을 합리적으로 보여주는 정보를 토대로 태평염전에 대한 인도보류명령(WRO)을 발동했다”고 수입금지·압류를 알린 바 있다.

향후 대책으로 “노동착취 배후인 불법 직업소개소와 브로커 알선망을 근절할 강력한 법적·행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염전·양식장·축사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근무 실태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외진 곳에서 일하는 정주·이주·장애인 노동자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상시 소통하고 긴급 구제할 수 있는 현장 중심의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출범할 통합특별시에 주문했다.

앞서 전남 영광경찰서는 15일 염전을 운영·관리하면서 노동자 3명을 때리거나 감금한 혐의(폭행·감금)로 염전 업주 60대 A씨 등 일당 3명을 구속했다. 50~60대의 피해 노동자들은 직업소개소를 통해 염전에 유인돼 최소 수개월, 길게는 3년 이상 일했으나 임금도 제때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사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노동자 1명이 도로에서 배회한다’는 신고가 지난달 접수돼 수사 단초가 됐다.

지난 2025년 4월 8일 전남도경찰청 앞에서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회원들이 그해 2월 22일 전남 영암 한 돼지농장에서 발생한 ‘28세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가해자 등을 형사고발한다고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연합뉴스]
지난 2025년 4월 8일 전남도경찰청 앞에서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회원들이 그해 2월 22일 전남 영암 한 돼지농장에서 발생한 ‘28세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가해자 등을 형사고발한다고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연합뉴스]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는 당시 15일 발표한 성명에서도 “2026년 대한민국에서 또다시 참혹한 인권 유린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는 노동 착취를 넘어 인간의 존엄을 짓밟은 명백한 범죄이자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규탄했다. 이 단체는 2014년 신안군 염전노예 사건과도 비교해 “취약한 노동자를 구조적으로 착취하는 염전 산업의 병폐가 드러난 사건”이라고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지 말고, 배후에 조직적인 인신매매나 불법 알선망이 있는지 철저히 수사해 일벌백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는 지난해 2월 발생한 전남 영암 돼지축사 ‘네팔 이주노동자 사망’으로 직장내괴롭힘 가해 농장주에게 실형이 선고된 사건도 되짚어 “전남 도내 곳곳의 외진 장소와 폐쇄적인 사업장에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인권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단순 서류 점검을 넘어 노동자 개별 면담을 포함한 실질적이고 정기적인 점검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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