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G7 참석 중 종전 양해각서 서명, 즉시 발효

호르무즈 통행료 규정 없어… 美 묵인 않았나 의심

갈리바프 "협상기간 지나면 호르무즈 수수료 부과"

"호르무즈 해협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

美 여론 "얻어낸 것 없이 퍼주기만… 전쟁 왜 했나"

미·이란 종전 양해각서(MOU)가 17일(현지시간) 공식 발효됐지만, 미국에서 전쟁 종식 환호보다 합의 내용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영구적 자유 항행'이 아니라 추가 협상기간 60일 동안만 무상 개방된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미국과 국제사회에서는 "이란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내주고도 얻은 것은 별로 없다"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 정부가 서명한 종전 MOU 제5조는 이란이 페르시아만과 오만해를 오가는 상선들의 안전한 항행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며, 협정 체결 이후 60일 동안은 비용 없이 통항할 수 있도록 한다고 규정했다. 여기서 무상 통항 기간을 '60일 동안만'으로 명시해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실제 이란 측은 협정 서명 직후 60일 이후에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들에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란 협상단장을 맡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날 국영TV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은 해협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갖고 있으며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요금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갈리바프 의장은 국제법을 위반하거나 항행을 방해하려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60일 협상 기간이 끝난 이후에는 해상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징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사실상 종전 이후에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더욱이 MOU에는 이란이 향후 오만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 체계와 해양 서비스 제공 방안을 협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장기적으로 이란이 해협 운영 과정에서 사실상 통제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새로운 명목의 수수료가 부과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내용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해온 설명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협상 과정에서 "호르무즈는 완전히 자유롭게 개방될 것이며 어떠한 통행료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공개된 합의문 어디에도 이란이 영구적으로 통행료를 포기한다는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오히려 무료 통항 기간을 60일로 제한하는 문구만 명확히 적시돼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사실상 이란의 향후 수수료 부과 가능성을 묵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전면전 종식을 서두르면서 호르무즈 문제에서 상당한 양보를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워싱턴 외교가와 에너지 업계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논란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 MOU는 이란의 핵 개발 포기나 농축 우라늄 폐기와 관련한 구체적 성과를 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 협상에서 핵 문제를 계속 논의하기로 했을 뿐이며, 이란은 오히려 농축 우라늄을 국외로 반출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의 핵물질은 해외로 반출되지 않을 것"이라며 "선택지는 우라늄 희석뿐"이라고 밝혔다.

반면 경제적 혜택은 즉각 제공된다. MOU에는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 조치를 30일 안에 해제하고, 이란산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융·보험·운송 분야 제재 면제와 동결 자산 사용 허용 조항도 담겼다. 사실상 이란은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보여주기 전에 국제 원유시장 복귀와 자금 확보라는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동 국가들이 최소 3000억달러(약 457조원)의 이란 재건·경제개발 사업을 추진한다는 조항까지 포함되면서 미국 보수 진영에서는 "전쟁은 미국이 끝냈지만 보상은 이란이 챙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강경파들은 이번 합의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나 미사일 개발을 실질적으로 제약하지 못한 채 경제 제재만 대폭 완화해준 것이라고 지적한다.

갈리바프 의장 역시 이번 합의를 "미국의 실패"라고 규정했다. 그는 "사람들이 문서를 보고 직접 판단할 것"이라며 협상 결과가 오히려 이란의 입장을 상당 부분 관철한 것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결국 이번 종전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사회가 가장 민감하게 지켜보던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항행 문제조차 명확히 해결하지 못한 데다, 핵 개발 포기 약속도 받아내지 못한 채 원유 수출 재개와 동결자산 해제, 재건 지원 약속까지 내줬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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