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닉, 채용서 학력 자격 삭제
이례적 '세 자릿수' 수시신입 모집
崔, '4가지 근육' AI인재상 제시
채용과 교육체계 전반 영향 주목
SK하이닉스가 신입사원 채용에서 학력 제한을 전면 철폐했다. 실력만 있다면 고졸 취업준비생도 올해 성과급 평균 6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꿈의 직장' SK하이닉스에 들어갈 수 있다.
이번 결정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평소 강조해 온 '인공지능(AI) 시대 인재상'을 반영한 계열사 첫 사례다. 과거에도 학력 제한을 없앤 기업이나 공공기관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에는 AI 시대에 맞는 인재 발굴이라는 보다 분명한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학 무용론'을 주장하며 작년부터 고졸 인턴십 프로그램을 시작한 미국 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를 비롯한 주요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궤를 같이 한다. 향후 대기업 채용은 물론 대학 교육 대변혁의 기폭제가 될 지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17일 시작한 신입사원 수시 채용부터 기존 채용 공고에 명시하던 '4년제 학사 학위 이상 지원가능' 등 학력 자격 요건을 모두 삭제한다고 밝혔다. 지원자가 보유한 경험, 직무 역량, 기업문화 적합성 등이 일치하면 학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지원하고 합격할 수 있는 구조다.
또 이번 수시에서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이끌 '설계'를 비롯한 주요 직무에서 이례적으로 '세 자릿수' 단위 대규모 채용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회사 관계자는 "미래 인재의 경쟁력은 특정 학위나 정형화된 스펙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복잡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채용 기준을 혁신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 회장이 최근 강조해온 AI 시대 인재상과 맞닿아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 KBS '다큐 인사이트'에 출연해 AI 시대의 인재는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보다 인간과 AI를 연결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그는 또 앞으로는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질문을 만들고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AI와 공존하는 방식을 실험하고 경험하는 플랫폼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AI 시대 인재상으로 스스로 질문하고 본질을 파고드는 '생각 근육', 기술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처하는 '적응 근육', 다양성을 이해하고 유연하게 협업하는 '공감 근육', 신체 활동으로 사람을 즐겁게 하거나 위로할 수 있는 '바디 스킬'(Body Skill) 등 이른바 '4가지 근육'을 제시했다.
최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글로벌 AI 업계의 인재 확보 전략 변화와도 궤를 같이한다. 4개월 동안 월 5400달러(약 780만원)의 월급을 주는 파격 고졸 인턴십을 지난해 시작한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는 대학생 채용에 대해 "그저 상투적인 말들에 몰두해온 사람들을 채용하는 꼴"이라고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의 이번 결단이 국내 채용시장과 교육 체계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AI 시대에 맞춰 인재 선발 기준을 다양화하려는 시도 자체에 의미가 있다"며 "동시에 대학 교육과 석·박사 과정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질문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반도체 설계나 공정 개발 등 핵심 직무는 아직 전문 교육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향후 기업 채용과 교육 시스템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라고 덧붙였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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