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격제 종료 3대 요건 충족

원유 78달러까지 하락에도 최고가격제 유지

국내휘발윳값 적용에 시차, 고환율·OSP 영향도

최고가격제 해제시 싸늘해질 여론도 한 몫

정부가 18일 오후 7시 원유최고가격제를 발표한다. 정부가 과거 제시했던 최고가격제 종료요건을 이미 갖췄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사실상 최고가격제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하락한 국내 휘발윳값이 국내 석유제품으로 적용되기까지 2~3주의 시차가 있고, 고환율 등 영향으로 최고가격제 해제시 가격 상승이 불가피 하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나아가 통상 ‘원윳값이 내릴때 찔끔내리고, 오를땐 비싸게 받는다’는 비판이 나온 상황에서 지금처럼 원윳값이 내리는 시기에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해제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정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전남 해남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존 정례 일정대로 18일 오후 7시에 최종 가격 및 방침을 확정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에도 상황이 다시 틀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최고가격제를 풀었을 때의 민생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에 추이를 보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최고가격제를 일단 유지하면서 적절한 시기를 엿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는 앞서 정부가 언급해온 3대 최고가격제 종료 요건인 ‘중동 전쟁 종료, 호르무즈 해협 정상 통항, 국제유가 90달러대 진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지난달 14일 “국제 유가의 예측 가능성이 확보되고 주유소 공급가격이 최고가격 이하로 내려오기 전에 석유 제품 최고가격제가 종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하로 내려가야 한다고 전제했다.

특히 그는 “최고가격제를 장기적으로 오래 끌고갈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요건이 달성되면 조속히 종료할 의향도 있음을 내비쳤다.

반면 최근 중동정세와 원윳값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충족했거나, 이미 상회하는 상태다. 미국과 이란간 서명이 오는 19일 열리는 것에 양측의 합의한 상황이다. 특히 원윳값의 경우 지난 15일부터 70달러대에 진입, 16일 두바이유 가격은 73.19달러, 브렌트유는 78.96달러, WTI는 76.05달러로 모두 70달러대를 기록했다.

이같은 상황에도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해지하지 않는 것에는 표기된 원유의 가격과 실제 원유를 들여는 가격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에서는 “공개되는 자료는 현물가격이나 선물가격이 주로 공개되는데, 정유사들이 원유를 구해올 때 계산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면서 “고환율 영향도 있고, 사우디 아라비아 같은 경우 공식 판매가격(OSP)의 영향도 받는다”고 했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윳값은 지난달분의 경우 배럴당 19.5달러, 이달분의 경우 배럴당 15.5달러, 다음달분은 배럴당 9.5달러가 추가된다. 현물 원윳값이 배럴당 85달러라면, 이달 실제 구매 가격은 15달러를 더해 배럴당 100.5달러가 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여전히 1500원대를 넘는 환율로 원화가 약세인 것도 상대적으로 비싼 값으로 원유를 사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정유업계에선 80달러대로 원윳값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최고가격보다 크게 밑도는 가격에 석유제품을 팔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또 지금의 70달러 원윳값 자체도 국내 주유소에서 휘발윳값으로 적용하려면 해당 물량을 들여와 정제를 해야해서 2~3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정부가 가격을 정하는 현 상황에선 최소 2~3주가량 추이를 보면서 최고가격제 해제 시기를 저울질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이미지.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이미지.

또, 최고가격제를 풀었을 때 튈 수 있는 물가를 두고 여론이 싸늘해질 수 있는 것도 정부가 쉽게 최고가격제를 놓지 못하는 데 한 몫 한다는 그간 정유업계는 ‘내릴 땐 찔끔, 올릴 땐 폭등하며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가격을 통제하는 정부가 원윳값이 급하게 내려가는 현 상황에서 최고가격제를 없앤다면, 당장 판매가격이 크게 상승한 후 찔끔 내려가는 구조가 될 수 있어 정유업계의 비판을 대신 뒤집어 쓸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임재섭 기자(yjs@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임재섭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