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 로이터 연합뉴스
호르무즈해협.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1979년 이래 47년간 시행했던 대(對) 이란 석유수출 제재를 해제키로 했다. 이란 재건을 위한 민간 베이스의 3000억달러(약 453조원) 재건기금 조성도 합의했다.

미국과 이란이 오는 19일(현지시간)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한 가운데 대 이란 제재 해제를 골자로 하는 합의문 초안이 공개됐다.

17일 공개된 14개 조항의 MOU 초안에 따르면 양국은 서명과 동시에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전쟁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종식하고 상호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과 이란은 서로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며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명문화했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호르무즈 해협을 포함한 해상 교통 정상화다. 미국은 MOU 체결 즉시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이란 선박 운항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이란도 기뢰 제거 등 필요한 조치를 하며 페르시아만과 오만해를 오가는 상선 운항을 30일 이내에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로 했다. 서명과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개방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란이 주장하는 해협 통행료와 관련한 언급은 초안에 담기지 않았다. 자유 항해를 주장하는 미국과 통행료 징수를 주장하는 이란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종 합의 시 이란 재건 및 경제발전을 위한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최소 3000억달러의 자금 조달을 보장하기로 했다.

미국은 또 최종 합의 일정에 맞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련 결의, 미국의 1·2차 제재를 포함한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기로 약속했다.

이란 핵 프로그램의 최종 처리 방안은 향후 협상으로 넘겼다.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농축우라늄 처리와 핵연료 수요 문제는 최종 협상에서 다루기로 했다.

양국은 최종 합의 체결까지 최대 60일간 추가 협상을 진행하며, 이 기간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현재 상태로 유지하고 미국은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재무부는 MOU 체결 직후부터 제재 해제 시점까지 이란산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 수출, 관련 금융·보험·운송 서비스에 대한 면제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이란의 원유 수출이 사실상 즉시 재개될 전망이다.

이란의 해외 동결 자산도 단계적으로 풀린다. 미국이 협상 진전 상황을 고려해 동결 자산을 해제하고, 해당 자금을 이란 중앙은행이 지정하는 용도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허가를 발급키로 했다.

이란 동결자금은 주로 원유 판매 대금이다. 한국과 관련해서도 한때 70억달러에 달한 적이 있다. 한국에 동결됐던 이란 동결 자산은 이미 카타르로 송금된 상태다. 이후 가자지구 사태로 미국이 다시 동결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산의 정확한 규모를 두고는 관측이 엇갈린다. 이란은 1000달러 규모라고 주장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협상에서 이란 측의 최우선 요구는 동결 자산의 일부인 240억달러(약 36조원)를 해제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추가 협상 진전에 따라 단계적으로 푼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국은 최종 합의의 성공적인 이행을 감독하기 위한 공동 이행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향후 최종 합의에 이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국제법적 구속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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