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에 국힘 윤상현… 45일간 조사
선관위, 투표지 예상 선거인수 무리하게 축소
관행처럼 여겨지던 휴직·출장·성과급 도마 위
여야, 개헌 ‘만지작’… 선관위 감사 대상 명시
6·3 지방선거에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야기한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국회의 수술대에 오른다. 여야는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처리하고 45일간의 고강도 현장 해부에 나설 방침이다. 여야는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사태의 근본 원인과 사후 대응 부실을 규명하고 감사원 감사 의무화 등 선관위 개혁을 위한 입법과 '원포인트 개헌'까지 모든 수단을 강구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17일 윤상현 의원을 '제9회 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세부 내용을 놓고 난항을 겪던 협상은 전날 타결됐다. 여야는 쟁점이었던 청와대와 경찰을 조사 범위에서 제외하는 대신 국조특위 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는 선에서 합의를 이뤘다. 국조특위는 중앙선관위와 각급 선관위를 낱낱이 해부하기 위해 45일간 국정조사에 돌입한다. 위원 구성은 더불어민주당 9명, 국민의힘 7명, 개혁신당 1명, 조국혁신당 1명 등 총 18명으로 여야 동수로 맞췄다.
이번 국정조사의 최대 쟁점은 선관위의 선거 관리 부실로 유권자 참정권이 침해된 부분이다. 선관위가 9일 발표한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본투표 당일 투표용지 부족이 예상돼 추가 송부된 투표소는 총 140곳에 달한다. 이 중 91곳은 추가 용지가 실제 투표에 사용됐고, 용지가 모자라 투표가 일시 중지됐다 재개된 투표소는 26곳이나 됐다.
이번 사태의 징후는 이미 예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12월 공직선거 절차사무편람을 개정하며 투표용지 인쇄매수 산정 기준을 기존 예상 선거인수의 60%에서 50%로 무리하게 축소해 사태를 자초했다. 특히 논란의 발단이 된 서울 송파구 선관위는 인쇄매수 50% 축소라는 결정을 제대로 된 회의도 없이 서면 의결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일한 사후 대처도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투표용지 부족 상황은 본투표 당일 오전에 이미 현장에서 보고됐으나 중앙선관위 수뇌부는 오후 늦게 민원 전화를 받고서야 상황을 인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선관위 내부의 보고 체계가 붕괴되고, 조직 기강이 무너진 정도를 넘어 조직이라고도 할 수 없는 처참한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선관위 내부의 도덕적 해이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주요 선출직 선거를 앞두고 직원들이 대거 휴직한 것은 물론이고 2023년 '소쿠리 투표'와 '자녀 특혜 채용' 비리로 전 국민적 지탄을 받던 시기에도 내부 성과급은 98.1%나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또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총 107회에 걸쳐 유럽, 몰디브 등 유명 휴양지 위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오며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이들을 모두 형사고발 조치했다.
기강해이는 투표용지 사태 이후에도 계속됐다. 이번 국민들의 공분이 들끓던 시기였던 10일 대구 중구 선관위 직원이 선관위 건물 계단에서 골프채로 스윙 연습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대구 선관위는 해당 직원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밝혔으나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국조특위는 책임을 지고 사퇴한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 등을 증인으로 소환해 사태 당시 외압 여부와 선관위의 과거 관례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여야는 선관위 부실 방지를 위한 헌법 개정, 즉 '원포인트 개헌' 카드까지 검토하고 있다. 선관위가 성역으로 군림하게 된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방패를 치워버리기 위해서다. 특히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가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에 대해 위헌·위법 결정을 내리면서 내부 비위를 통제할 실효적 장치가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참정권 수호를 위한 제도개혁 태스크포스를 통해 2단계 프로세스를 제시했다. 1단계는 선관위원장 상임화와 독립적 내부 감사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이다. 2단계는 헌법에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 대상임을 명시하는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역시 개헌에 힘을 싣고 고강도 압박을 쏟아내고 있다. 관행처럼 굳어진 '대법관의 선관위원장 겸직 금지'를 비롯해 부실 선거 관리에 대한 '책임 배상 제도 도입', 나아가 선관위를 행정안전부 산하 기구로 격하하거나 비상설 기구화하는 해체 수준의 개혁안이 나오고 있다.
윤상호 기자 sangh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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