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캐시백한도만 올려놔… 가맹점 결제수수료 환급은 유명무실
4년째 150억 퍼부었지만 "자영업자 수혜 체감 제로"
"이음카드플랫폼 활용한 홍보로 매출증대 꾀해야"
17일 인천지역 소상공인들에 따르면 인천시가 지역 소상공인의 카드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겠다며 2023년부터 4년째 시행해온 인천지역화폐인 '인천e음카드' 수수료 환급 사업'이 현장에서는 사실상 유명무실해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음카드는 인천시가 2018년 전국 최초로 소상공인을 위해 골목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인천지역화폐다. 인천 시민들이 e음카드를 사용할 경우 캐시백(결재액의 일정금액 제공)을 적립해 줌으로써 소비 촉진을 유도해 자영업자들의 매출신장을 도와주는 서민정책의 일환이다.
캐시백 적립금은 인천시와 정부가 전액 재정부담하고 있다. 캐시백은 사용금액의 10%내외에서 많게는 20%까지다. 지난 5월부터는 20%를 적립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시가 지원하는 재정규모는 연간 1000억원대에 달한다.
시는 이와 함께 소상공인 e음카드 가맹점주들에게 재정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에서 2023년부터는 지역내 중소, 영세 사업장에 대해선 카드결제 수수료 전체를 매 반기마다 환급해주고 있다.
문제는 e음카드 소비자들은 카드를 사용할때마다 캐시백이 적립돼 할인 혜택을 받는 반면 소상공인 가맹주들은 매년 반기마다 카드 결제수수료만 환급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대부분 이같은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을뿐 아니라 알고 있더라도 환급 수수료 금액이 너무 적어 재정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가맹점당 월 평균 환급액은 고작 3000원대에 불과하다. 환급 대상 가맹점의 약 25%는 반기 환급액이 1000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이 환급금액은 일반 시중은행 이름으로 소상공인 계좌로 이체하기 때문에 이체 수수료가 환급액 자체를 초과하는 '역전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어 제도의 실효성은 사실상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이처럼 가맹점당 환급 수수료는 매우 적은 편이지만 환급대상 사업장은 전체 가맹점수의 3분의 2가량인 8만여개에 달한다. 이 때문에 e음카드를 위탁 운영관리하는 민간회사가 지난 4년간 환급 사업에 집행한 재원은 약 150억원에 달한다. 배보다 배꼽이 큰 형국이다.
소상공인들을 위해 거액을 퍼부었지만 실제 소상공인들은 수수료 환급액이 너무 적어 '혜택을 받고 있다'는 체감을 전혀 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구나 환급금 입금 주체가 인천시나 민간 운영자가 아닌 일반 금융사 명의로 표기되고 있어 가맹점주들도 입금자를 알수가 없어 가맹점 대부분이 환급금으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급금 입금절차도 구조적인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들은 수수료 환급보다 인천e음 플랫폼을 활용한 가맹점 홍보 또는 골목상권 쿠폰 발행 등 실질적인 매출 증대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e음카드 소비자는 현재 20% 할인을 받는데 비해 우리는 실제 도움을 받는것이 없다"고 토로한다.
자영업자들은 인천e음 플랫폼을 통해 가맹점 정보를 노출하고 골목상권 쿠폰을 발행해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인천 남동구에서 10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지역화폐 가맹점주 김모씨는 "환급 대신 그 수수료 비용으로 우리 가게를 인천e음 앱에서 홍보해주거나 쿠폰을 뿌려줬으면 손님이 더 많이 왔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 소재한 강릉회산막국수 의 이형남 대표는 "그 환급액을 모았다가 주방 시설 또는 간판 등을 해주면 도움이 될것"이라고 했다.
김재호 청운대 무역물류학과 교수는 "수수료 환급보다는 이음카드 활성화를 위한 공동 마케팅과 이음카드플랫폼에 인공지능(AI)를 도입하는 등의 고도화 마케팅을 추진하고 시민 창업자 육성 사업 등을 지원하는 것도 인천시민에게 좋은 혜택이며 자영업자에게는 매출 성장 기회를 주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홍종진 인천광역시소상공인연합회 상임고문은 "캐시백 적립한도 금액 증가에만 너무 비중을 두고 있는데, 이는 소상공인의 매출 활성화 기본 취지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과도한 캐시백 적립을 줄이고 상권활성화가 지속적으로 유지될수 있도록 재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인천시민 대부분이 소지하고 있는 이음카드 기능을 토스나 OK캐시백처럼 플랫폼을 활용해 가맹점의 홍보 광고를 싣도록 해 그 수익금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고 자영업자에게는 광고효과로 매출을 올리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e음은 운영비가 전혀 지원되지 않는 비예산 사업임에도, 수수료 환급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민간 운영대행사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인천 서구·중구가 공공배달 서비스 '배달e음'의 중개 수수료를 자체 재원으로 지원하고, 수원시가 연 매출 3억 원 이하 영세 소상공인의 결제 수수료를 직접 지원하고 있다.
부산광역시와 경기도 등 주요 광역 지자체들은 지역화폐 운영 재원을 소상공인과 지역 상권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구조를 이미 제도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는 동백전 발행사가 발행금액의 일정 비율을 조례와 협약서에 근거해 지역재투자 재원으로 조성하도록 조례와 협약서에 명시하고 있으며, 이 재원은 지역 상권 소비촉진과 이벤트 등에 직접 투입된다.
경기도 역시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민간 운영사는 연간 발행액 기준 10억 원 내외의 사회공헌 재원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며 이를 각 시·군 실정에 맞게 현장에 직접 투입하고 있다. 수원시는 지역 소비촉진 행사 재원으로, 남양주시는 공공배달 활성화 이벤트에, 안산시는 지역축제 후원과 소상공인 장학사업에 각각 활용하며 가맹점과 지 역 주민 모두가 상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형태로 돌아가고 있다.
또 강릉시는 지역화폐 서포터즈 운영으로 상품권 인지도를 높이고, 청주시는 명절 생필품 지원으로 소외계층과 지역 상권을 동시에 챙겼다. 밀양시는 지역 상권 소비 촉진을 위한 페이백 재원으로 직접 활용하는 등, 지역 규모와 관계없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처럼 다른 지자체들이 지역화폐 재원을 소비촉진·이벤트·쿠폰·지역축제 등 상권 현장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동안, 인천시는 가맹점주 대부분이 인지조차 못 하는 월 3,000원대 현금 환급에 누적 150억 원의 재원을 쏟아붓고 있다.
◇ 인천시, 정책 실효성 재검토 나서야
지역화폐의 본래 취지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매출 증대다. 소비자에게 캐시백을 제공해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하는 동시에, 그 혜택이 가맹점에도 실질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재 인천e음 수수료 환급 사업은 인천시가 정책 명분만 가져가고 비용 부담은 민간에 떠넘기면서, 소상공인의 체감도와 인천시의 정책 효과 모두를 놓치는 구조로 전락했다.
누적 150억 원의 재원이 '있는지도 몰랐던' 정책에 쓰이는 동안, 정작 골목 가게들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인천시가 수수료 환급 사업의 실효성을 냉정히 재검토하고, 플랫폼 기반의 실질적 소상공인 지원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글·사진/인천=김인완 기자 iy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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