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율 9.04%로 확대…연말까지 12%

발사체·위성·완제기 잇는 우주 빅픽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첨단항공엔진 프로토타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첨단항공엔진 프로토타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국내 우주·항공 산업 지형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 재무적 투자라고 보기에는 지분 확대 속도가 빠르고, ‘경영 참여’라는 목적까지 분명히 했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궁극적으로 발사체부터 위성, 항공기까지 아우르는 ‘한국판 스페이스X’ 구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KAI 지분을 총 9.04%까지 확대하며 수출입은행(26.41%)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6.50%, 한화시스템이 1.53%,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HAUSA)가 1.01%를 각각 보유했다.

주목되는 것은 지분율보다 속도다. 한화는 지난달 “연말까지 5000억원을 투입해 KAI 지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예정보다 앞당겨 실행했다. 여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연말까지 추가로 5000억원을 더 투입해 지분율을 9.97%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그룹 전체 보유 지분은 12%를 넘어서게 된다.

한화는 앞서 KAI 지분 보유 목적을 기존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회사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의사결정 참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화가 노리는 것은 단순한 항공기 사업 진출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현재 한화는 항공엔진과 항공전자, 레이더, 위성, 우주발사체, 지상 방산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누리호 체계종합 기업으로 참여하며 민간 우주 사업 경험도 축적했다. 반면 KAI는 KF-21 전투기와 FA-50 경공격기, 수리온 헬기, 무인기 등을 개발·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업체다. 위성 체계종합 역량까지 갖추고 있다.

양사의 역량이 결합하면 국내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발사체부터 위성 제작·운용, 항공 플랫폼, 후속군수지원(MRO)까지 연결되는 통합 밸류체인이 구축된다. 해외 고객들에게도 개별 제품이 아닌 ‘패키지 솔루션’ 제공이 가능해진다.

이는 글로벌 우주·방산 시장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우주 산업은 이제 기술 경쟁을 넘어 자본과 규모의 경쟁으로 접어들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재사용 발사체를 넘어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우주 생태계를 수직계열화했다.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유럽의 에어버스 역시 플랫폼과 핵심 부품, 서비스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국내 우주 산업은 정부 주도 사업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우주항공청의 올해 예산은 1조원 수준에 머물러 있고, 민간 기업들은 제한된 시장 안에서 중복 투자를 이어왔다. 발사체는 한화, 위성은 KAI와 쎄트렉아이, 서비스는 또 다른 기업이 맡는 식으로 역할이 분산돼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점에서 한화의 KAI 지분 확대는 산업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발사체와 위성, 완제기, 항공엔진을 하나의 축으로 묶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국가대표 우주기업’ 탄생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KAI는 정부의 영향력이 강한 기업이다.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의 지분율이 26%를 넘고 방산 핵심 자산이라는 특성상 경영권 변동에 대한 정치적 부담도 크다. 노조를 중심으로 한 견제 가능성도 변수다. 항공우주 산업 특성상 단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화가 그리는 그림의 끝이 어디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국내 우주 산업이 더 이상 정부 프로젝트를 나눠 수행하는 수준에 머물 수 없다는 점이다. 머스크가 스페이스X로 미국 우주산업의 판을 바꿨듯, 한화의 이번 승부수가 ‘K-일론 머스크’의 시작이 될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임주희 기자(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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