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美 정부 자금 배제된 순수 민간 투자…韓·美·日 기업 등 참여”
배상금 대신 ‘재건 기금’ 타협…美 세금 투입 없이 이란 핵 합의 유도 목적
대이란 제재 및 동결자산 해제와는 별개…독립적 메커니즘으로 추진
14일 전자 서명 마쳐…오는 19일 스위스서 정식 MOU 서명식 개최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합의안에 3000억달러(약 454조원) 규모의 이란 재건용 민간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전체 조성 목표액의 절반이 넘는 자금은 이미 출자 약정이 완료된 상태다.
로이터 통신은 16일(현지시간) 해당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기금은 국가 간의 통상적인 재건 사업이나 전쟁 배상 프로그램이 아닌 순수한 ‘민간 투자 수단’으로 운영된다. 소식통은 “미국 정부의 자금이나 보조금은 전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현재 자금 조달은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비롯해 아시아, 중동, 남미, 아프리카 지역의 기업들이 이미 15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대기로 합의했다. 소식통은 출자를 약속한 기업들의 국가로 한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국 등을 지목했으나 구체적인 기업 명단은 밝히지 않았다. 이들 기업의 투자 영역은 에너지, 물류, 제조, 운송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있다. 다만 기금을 누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등 핵심 세부 사항은 아직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란은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완전히 고립돼 왔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촘촘한 경제 제재로 인해 제대로 된 외국인 직접 투자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최종 합의가 서명된 후에야 기금이 공식 조성될 것”이라며 “향후 60일 동안 기금 관리자들이 이란 및 투자 기업들과 접촉해 구체적인 프로젝트 범위와 세부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 기금은 미국과 이란 모두가 최종 합의 도장을 찍도록 유도하는 ‘경제적 미끼’인 셈이다. 그동안 전쟁 피해 배상을 끈질기게 요구해온 이란은 전후 복구에 필요한 막대한 해외 자본을 합법적으로 끌어올 수 있게 된다. 반면 이란에 직접적인 현금을 쥐여주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트럼프 행정부 역시 자국민의 세금을 단 1달러도 쓰지 않으면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동결시키는 외교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앞서 이란은 미국에 4000억달러의 전쟁 배상금을 청구했으나 미국이 이를 거절했다. 그 대안으로 이 같은 민간 재건 기금 아이디어가 부상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다만 이 기금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나 동결자산 반환 협상과는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다. 소식통은 이번 기금이 제재 완화 협상과는 목적도, 추진 일정도 완전히 다른 독립적인 메커니즘으로 움직인다고 명시했다.
한편 미국과 이란은 지난 14일 종전 양해각서 체결에 합의하고 당일 전자 서명을 교환했다. 양국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정식 MOU 서명식을 개최한다. 이번 MOU는 본격적인 후속 협상을 위한 뼈대 역할을 하게 되며, 양국 협상단은 향후 60일 동안 이란 핵 프로그램 통제, 제재 완화 범위,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운항 방식 등을 두고 치열한 세부 밀당을 이어갈 전망이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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